2023/08/11_오전 10시 34분
어제 엄마의 문자에 심술이 나서 장문의 넋두리로 답변을 보냈다. 그러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광활한 순천만 습지 덕에(저녁에 날이 풀려서 곧장 달려갔다), 그 갈대 소리 덕에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불편한 심리 탓인지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 '미안하다, 내일 보자'라는 마무리가 무색하게, 내 답변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조금 버거울 수 있는 말들로 가득했다.
오늘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 나는 결정해야 한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지원해 작업과 함께 바쁜 삶을 살지, 심적으로 정신없더라도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지. 그리고 돈을 부지런히 모아야 한다. 서둘러 독립을 준비해 가족과 거리를 둬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이 스케치북에 한없이 솔직해지고 있는데, 덕분에 감정을 쏟아내고 어느 정도 차분해질 수 있어 좋긴 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 안에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많았나 싶고, 이렇게 불편하게 살 거면 그냥 참고 수그리는 게 답인가 싶다. 이 마음이 매일, 매 순간 달라져서 문제일 뿐.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까지 약 6시간이 남았다. 우선 밥을 먹고, 하기로 한 작업을 이어가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마무리를 지을 듯하다. 리프레시를 위해 여행을 왔는데 정말 환기가 되긴 한 건지 잘 모르겠다. 다시 돌아갈 현재, 그곳으로부터 도망쳐왔다는 반증의 감정이다. 어제 투고한 시에도 이러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디에 내 것을 두고 여기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그걸 찾고 싶은데 또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일단 오늘 할 일에 집중해 봐야겠다. 근처 그릭 요거트 집에 가서(어제 태풍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휴무로 가지 못했다) 애플 시나몬을 먹고, 카페로 이동해서 브런치 글 한 편을 써야겠다. 체크아웃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 이후의 스케줄은 요거트 집에서 해야겠다. 영양제부터 먹고. 부지런히 돌아다니자. 아니면 한곳에 머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