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글

2023/08/12_밤 10시 45분

by 빈아

실컷 낮잠을 자고 저녁 7시에 열리는 상현 작가님 북토크 장소로 향했다. 선선한 연남동 골목을 걷다 드디어 마주한 책방 속 작가님. 뭔가 낯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출간하신 두 권의 책을 다 읽은 데다 인스타툰도 꾸준히 보고 있어서인지, 매일 이 스케치북에 글을 쓰며 작가님을 떠올려서인지 나는 생각보다 작가님과 눈을 잘 마주쳤다. 어쩌면 그런 공간, 사람들이 그리웠을 수도.


작가님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림과 글 속에 본인을 잘 녹여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를 보니 더 그랬다. 그리고 그런 삶에 잔잔히 만족하고 계신 듯했다.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오늘의 그 시간이 선물 같았으면 좋겠다는 첫인사와, 그리고 작가님 역시 나의 이야기를 해도 될지에 대한 걱정을 했었다는 점, 그럼에도 쏟아낼수록 좋은 점이 더 많았다는 점. 그리고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동안 쓰고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벅찬 소감. 그 모든 것들이 진심임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말투. 이 모든 것들이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동경심을 갖게 했다.


막바지에 한 마디씩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하고 싶었던 말에 비해 내뱉어진 말들이 너무 두서없어서 아쉬웠지만, 내 뜻은 다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어딘가 살고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았고, 정제되고 걸러진 그림들이 볼 때마다 참 좋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글을 쓰는데, 글의 결론이 항상 '그냥, 나는 나지'로 끝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가 정해 놓은 정답에 나를 가두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하면서, 이번 책을 통해 나는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구나, 어차피 개인은 각자가 정한 정답을 따라가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이번과 같은 모임에 가고 싶다.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도 하고 싶다. 생각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자리에서 말을 잘하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고.


작가님의 다음 책과 북토크를 기대하며 오늘 저녁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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