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번째 글
2023/08/25_오후 2시 55분
치열한 침묵과 가벼운 고독이 가득한 공간이다. 금요일의 망원은 늘 사람이 붐비지만 낮에 하는 책방과 카페 투어는 소란스러운 일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킬 수 있다. 그곳에 있는 책들은 누군가가 정말 고심해서 고른 책들이다. 그 마음을 담아 귀한 코멘트를 붙여 사람들이 그 안의 문장들과 함께하게 한다. 사유하게 하고, 고소하고 씁쓸한 시간을 보내게 한다. 우리는 기꺼이 그 부름에 응답하고 온전하게 있는다. 어쩌면 조용한 곳에 있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기본 본성이 아닐까. 우리는 휴식과 자연이 공동운명체처럼 움직여 자연스럽게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그렇게 잠시 머물다 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보이는 오후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패턴은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웅덩이를 파게 해서 그 안에 고여있게 한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면 계속해서 밑으로 깎여 내려가고 물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다시 올라오기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 살기 위해 (벗어남으로써) 애쓴다. 나에게 탈출은 최소한의 소음만을 허용하며 나의 글이 아닌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니) 어쩌면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읽어야 하기 때문이고, 스스로가 고여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 아닐까. 오늘의 글이 이전과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이 가득한 책방이라는 공간, 그곳을 다녀올 때마다 나의 글은 달라진다. 섬세해지고 조심스러워지면서 과감해진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끄적임이 탄생하여 내 안에 수집된다.
오늘 간 책방에서 내가 데려온 책은 '우정 도둑/유지혜'이다. 제목 아래 적힌 글, 고독, 연결의 기록이라는 문장이 나를 움직였기에 골랐다. 그리고 같이 간 친구가 그 자리에서 내게 선물해 준 안희연의 시집. 그 시집에서 본인이 마음에 들었던 걸 기억해 표시해서 주었다. 아주 깜찍한 토끼가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나는 다른 이의 글을 읽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그것이 내게 휴식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