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던 책이다. 베스트셀러인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유명한 줄은 모르고 구매했다.
드라마와 웹툰 제작이 확정되었고 실제로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저자가 본인 블로그와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한 달 만에 조회수 각각 200만, 1000만을 넘었다고 한다.
허구의 내용이니 소설이라고 해야겠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에세이라고도 하기에도 애매한 독특한 개성이 있는 글이었다.
초반부는 낄낄거리며 웃고 중반부는 고구마 먹은 듯 가슴 답답하게 느껴졌고 후반부는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주인공인 김 부장은 자신이 서울 자가에 살고 대기업 다닌다는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경쟁 관계로 생각하는 최 부장이 명품 가방을 들면 자신은 더 비싼 명품 가방을 사야 직성이 풀리고 그가 낡은 차를 타고 오는 걸 보며 우월감을 느꼈다가 후배인 대리나 과장이 외제차를 타고 오는 걸 보며 이것들이 미쳤다며, 후배가 선배보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에 격분한다. 정신교육을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다.
카센터 하는 본인의 형님이 기름밥 먹는다고 속으로 무시하며 아들이 취업 대신 장사를 한다니까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는데 무슨 장사냐고 호통을 친다.
그렇게 자기 가치만 옳다 하고 살아온 김 부장은 임원이 되는 걸 목표로 25년째 회사에 충성했지만 어느 한순간 공장 관리자로 발령 난다. 업무에 있어서도 저만 돋보이려고 하는 불통과 꼰대의 표본인 김 부장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윗선에서도 알고 좌천시킨 것이다.
결국 인사팀장과의 면담에서 퇴직을 결심하고 가족에게는 말 한마디 상의도 없이 회사를 나오고 만다.
앞부분에서 남과 자기를 비교하고 우월감을 느끼고 꼰대 성격이 드러나는 내용들까지는 위트가 있어 그래도 재밌게 봤는데 퇴사 시점부터는 좀 갑갑한 전개가 이어진다.
본인의 퇴사에 불안을 느낀 김 부장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지하철이 들어올 거라는 말 한마디에 덜컥 7억짜리 분양 상가를 알아보고 대출을 3억이나 받고 계약을 한다.
이번에도 역시 아내나 가족과는 상의 한 마디 없이 퇴직금과 위로금을 몽땅 투자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쉽게 진행되고 대기업에 25년이나 다닌 부장이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설정이 사실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사기를 치는 사람이 나쁜 거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건 아니지만 스타벅스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에, 월 삼사백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덜컥 계약을 해버린다.
결국 공황장애에 걸린 김 부장은 자신이 그동안 추구했던 가치가 허망했다는 것을 깨닫고 저보다 못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한다.
김 부장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는데 남편들이 원하는 판타지 같은 캐릭터였다.
아들 역시 무척이나 착했는데 장사는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에게 반항 한 번없이 물러나고자신이 번 돈으로 비싼 가방을 사드리고 사랑한다는 손편지를 남긴다.
김 부장은 본인이 극한 상황에 몰리고서야 제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찾아가던 아내와 아들에게 고마워하며 새로운 삶에 최선을 다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외제차를 타고 다녀 김 부장을 열 받게 했던 정대리가 등장하는데 2권은 정대리 얘기라고 한다. 미리 사두었으니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