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태어나 마당에 오며 가며 지내던 아기 고양이 상태가 너무 안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아이 친구는 고양이 알러지가 무척 심하고 키우는 강아지는 고양이를 공격하고, 아이 어머니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분이었습니다.
카톡으로 받은 사진을 보니 고양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일단 아이와 둘이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 어머니는 마당에 쓰러진 고양이를 도구를 이용해 상자에 넣은 상태였고 저는 그 상자채로 이동장에 넣어 저희 고양이들이 다니는 병원에 갔습니다. 늦은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진료는 밀려있는데 한 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고양이는 울지도 않고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습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고양이가 죽으면 어떡하나 조바심을 내며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드디어 진료를 받는데 허피스와 칼리시, 구내염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허피스로 눈에 진물이 계속 나고 기침과 콧물, 코막힘이 심각해 밥을 먹기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일단 주사 맞고 돌아 간 후 밥을 안 먹으면 입원해서 수액을 맞기로 했습니다.
먹는 약과 소독약, 안약을 잔뜩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람한테 전염되는 병은 아니었지만 집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에게 옮을까 봐 아이 방에 격리했는데, 큰 녀석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전염 우려로 씻고 옷 갈아입고 다가가도 거부가 심했습니다.
냥펀치로 제대로 맞은 것도 처음입니다. 보통은 제게 안겨있을 때 버둥거리다가 치고 가는 정도이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매서웠습니다.
일냥이 전용 의자라 돌돌이 하루만 안해도 저러네요...
그래도 다행히 임보냥이는 며칠이 지나자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눈은 빨갛게 보였지만 눈을 떴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2주가 지나고 지금은 그냥 보면 아픈 걸 모를 정도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눈을 소독하고 안약을 넣어줘야 하지만 전염 우려는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며칠 간격으로 병원에 갈 때마다 잘 낫고 있다고 해서 마지막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 친구 어머니께 연락을 받은 날 낮에 아이가 그린 검은 고양이 그림입니다. 사진으로 받아 본 고양이와 그림 속 고양이가 꽤 닮아 이게 묘연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이제 더 좋은 집으로 입양 가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성격에 대해 덧붙이자면...
처음에는 소독을 하고 안약을 넣어도 가만히 있길래 순한 냥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나 기력이 돌아오자 주사기로 약을 먹일 때마다 으르렁거리고 발톱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묘연을 만날 수 있겠지요?
현재 삼사 개월령으로 추정되고 구조 당시 1kg이었는데 며칠 전에 1.5kg을 넘었습니다. 쓰다듬어주면 가만히 무릎에 안겨 엄청난 골골송을 부르는 귀염둥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