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담글방 Mar 03. 2024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대하는 자세

요즘 계속 써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쓰려고 욕심부릴수록 한글창을 열기가 싫어진다.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다른 글을 시작해 본다. 마음 한편에는 계속 마무리하지 못한 글에 대한 찜찜함이 남아 있다.


쓰다 만 글이  다. 장르소설을 처음 시작했을 때 거지 같아도 좋으니까 일단 끝까지 완결을 내 보는 습관을 들였는데 오히려 몇 년이 지나자 '에이, 이건 출간해 봤자 반응 나쁠 거 같은데', '완결하는 것보다 새 글 쓰는 게 낫지 않을까' 등등의 핑계와 함께 어디 처박아 둔지  모르는 글도 생겼다.


그런 거는 일단 버린 글이 되는 거고, 완결 짓지 못한 글은 글쓰기 훈련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작가들 중 묵혀두고 기다렸다가 다시 명작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야기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미완결 글만 넘쳐나는 글쓰기 폴더는 분명 문제가 있다.


나는 그나마 쓰다 버린 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써놓은 글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출간했다.


용인 책방 '빈칸 놀이터'에서




오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쓰다가 브런치 창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버릴 글이 아니라면 수정하는 것이다. 아니, 버릴 글이라도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쪽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많은 작가의 말 대로 초고는 쓰레기이지 않은가.


'7년의 밤' 정유정 작가님은 초고의 80%를 버린다고 한다. 글을 버리는 걸 아까워해서는 안 되는데 자꾸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새로 쓰지도 못하며 글만 더 미워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계속 들여다보고 고쳐야 한다. 일단 구색이라도 갖춰놓고 다시 봐야 한다. 그렇게 쓴 글은 출간을 하지 않더라도 도움이 된다.


몇 장 쓰다 말고, 시놉 짜다 버리고, 이런 글들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쓰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물론 쓰다 말고 시놉 쓰다 두고 그런 건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다시 들여다보고 마무리하는 힘이 필요하다.


독자가 자기 한 명뿐이라고 하더라도 완결작이 있어야 한다.





완결작이 하나라도 있다면, 일단 독립출간이든 이북 이든 크몽에 출간하든 반드시 출간이라는 경험을 해보기를 추천드린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요즘은 출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있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좋은 출판사, 대형이나 유명한 곳과 작업할 때까지 출간을 미루는 경우를 봤다.


전자책은 안 내겠다고 하거나 작은 곳이랑은 안 하겠다고 하거나 전 서점 오프라인에 깔리지 않는 POD 출간은 다고 하거나.


그렇게 십 년 이십 년 흘러가는 경우를 몇몇 본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되려면 글을 써야 하고, 그 글을 들여다보며 수정하는 힘을 키워야 하고, 끝내 완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라도 완결작이 있으면 작가에 가까워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과 마주할 힘을 키워야 한다.






내가 글쓰기에서 가장 자신 있는 건 꾸준히 쓴다는 점이다.


물론 전처럼 하루 몇 천자, 이런 식의 기준을 정해놓고 쓰는 방식을 리면서 분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요즘은 다시 질보다 양으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로 승부하려고 했더니 양도 형편없어지는 이상한 상황을 경험 중이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도 새벽에 호텔 방에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분량을 채웠다. 그렇게 쓴 글들을 출간해도 별 성과가 없어서 실망스러운 시기도 꽤 있었는데 그래도 글은 남았다.


많은 독자가 선택한 글은 아니지만 내 작업의 결과물들이 나를 뿌듯하게 한다.


그러니 다시, 힘내서 못난 글을 들여다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동적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