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빠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

by 담담글방

작업실에서 일하다가 집 냉장고에 둔, 유통기한이 지날 것 같은 삼계탕용 닭이 생각나 남편에게 전화했다. 몇 번을 해도 받지 않길래 어렵게 통화가 됐다. 닭을 얼른 먹어야 한다며 일단 물에 끓여라도 두면 내가 내일 가서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 전날 감자탕을 한솥 끓여놓느라 닭고기까지 손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감자탕 끓이니까 내일 닭고기 먹어야 한다고 얘기도 해두었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닭에 대해 말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자꾸, 뭐? 언제? 냉동실? 냉장실? 이런 걸 따지다가 급기야 "네가 주문한 거잖아."라는 말이 남편 입에서 나오는 순간 폭발했다.(장은 늘 내가 보고 남편은 급하게 필요한 고기나 채소 정도만 그때그때 사곤 한다) 옆에 아이가 듣고 있는 걸 알아서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카톡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다음 날.


어디 나가는 길에 작업실에 들른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


뭐?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열 살이면 저런 질문 할 때가 된 건가?


"갑자기 왜?"

"그냥. 엄마랑 아빠랑 매일 싸우고..."


가슴이 따끔따끔하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어제 나한테도 물어보길래 나는 후회한 적 없다고 했어."


그 순간 나는 차마 거짓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때 드라마 '아는 와이프'를 보며 남편에게 2006년 동전 가져오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드라마 속에서 2006년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이 있고 어느 도로를 통과하면 과거로 넘어갔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어, 후회해.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순화해서 표현했다.


"네가 있으니까 아니야."


옆에 있던 남편의 구시렁. 뭐? 그럼 애 없었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거야?


침묵.


"조금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납득하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 무슨 말을 더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의 갈등을 불안해하는데 그렇다고 사이좋은 척 연기해봐야 애가 모를 것 같지도 않다.


어느 정도 갈등이 있는 걸 얘기하고 엄마 아빠가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주는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나와 남편이 친구로 지내던 때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무언가 우리가 부부 이전에 친구 사이였다는 게 아이에게 어떤 안정감 같은 걸 주는 거 같다.


아이가 툭 내뱉는 한 마디가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항상 미안하고, 그래서 더 노력해보겠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어쩔 때는 아이의 말이 상처가 되어서. 어쩔 때는 너무 귀여워서. 때로는 너무 놀라워서.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아이의 말을 짧게나마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지나고 나니 짧은 동영상을 통해 보는 아이의 말이 낯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 나이 때는 저렇게 말했구나. 마치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아이가 하는 말이 새롭습니다.


기록을 좀 해둘걸.


이제라도, 구슬 같은 아이의 말을 엮어서 보배처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에 대한 불안과 걱정의 말이 아니라 구슬 같은 말이 더 나오도록 계속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