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DDP와 대구미술관에서 특별전 할 때도 가봤지만 간송 전형필 선생의 컬렉션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그야말로 천하제일품만 모여 있다. 단독미술관이 개관되면서 전시도 조금은 여유 있게 할 계획인지 개관 전시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 허주 이징, 현재 심사정 등의 등골 에센스를 뽑아낸 작품으로 구성되었고 우리 윤복 씨의 미인도와 갓세종의 킹업적 훈민정음해례본은 단독으로 전시방을 차지했다.
항상 엄청난 인파에 시달리면서 작품을 봤었는데 이제 조금 더 느긋하고 꼼꼼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유리벽에 콧김만 안 뿜으면 될 정도로 가까이서 봐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사진도 플래시 없이 마음껏 찍어도 된다.오로지작품에 포커스를 맞춘 어둡고도 차분하게 가라앉은달빛처럼 흐붓한 조명과추구하는 큐레이팅 방향이 멋있긴 한데 원래 밤눈 어둡고 휴대폰 중독으로 노안 온 나에겐 그게 단지 고역이었다.어둡다.
어쨌든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오늘의 나는 단원 김홍도 선생님의 '마상청앵'이 좋았다. 말을 탄 저이는 필시 홍도 아저씨 본인이리라.
좀 더 어렸던 시절에는 혜원 신윤복 선생님의 작품이 더 좋았으나 단원 김홍도 선생님이나 긍재 김득신 선생님의 작품이 점점 더 좋아진다.
이 무한한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사재를 탈탈 털어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만들고 보통 사람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어준 간송 전형필 선생은 내세에도 다시 재벌집 아들로 태어났지 않았을까 싶다.
혜원 선생님의 술병 모양 인장이 귀여워서... 술병 맞겠지
미인도는 찍지 않았다. 미인도는 사진이 별로 의미가 없다.직접 보고 눈에만 담아두어도 좋다.미인의 노리개에 달린 비단술의 석청색은 여전히 생생하다. 미인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 속에 있어도 인기가 좋구나. 부러워.
훈민정음해례본은 나 같은 백성에게 니르고져 한 킹세종의 훈민정음 풀이본인데 어린(어리석은) 백성인 관계로 봐도 잘 몰라서 안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