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이제야 느낀 늦는 사람에게
오고 있었구나
은재롭다
꽁꽁 싸매고 다니던 나에게서
장갑이 옷장 속에서 깊은 잠이 들고
때때로 목도리가 빼꼼 빠져나가더니
오후 햇살이 반갑게 비춰온다
언제 이만큼 왔을까
춥다 추워
봄이라는데 난 왜 추울까요
춥다면서 발 구르는 걸 잊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검정 패딩 사이로
꽃무늬 외투도
봄의 교복인 프렌치 코트도
빼꼼 고개를 들이민다
목련에 꽃망울이 생기고
벚꽃나무에 꽃송이가 달리고
나무마다 싹이 올라오니
봄이 오긴 왔나보다
겨울 속을 헤치고
오고 있었구나
여전히 패딩 속에 숨어 있던
나만 몰랐구나
봄바람도 맞아야 알테고
봄향기도 맡아야 알텐데
움크리고 있던 몸
기지개 한 번 크게 켜야겠다
나만 몰랐던 봄
어여 나가 반갑게 맞이해야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봄
어여 만끽하고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