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진 나에게
핑계
은재롭다
쌓아두고 미뤄둔
일보따리 모른 척
눈을 질끈 감는다
하기 싫어 내려놓은 일 앞에
슬쩍 발을 걸어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날마다 하나씩 더하는
핑계더미에 눌려
여전히 빈손이다
편해서 잡은 핑계
이젠 내가 서둘러 잡아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된다
핑계 더미에 빠진 날
허우적거리다
영영 못 나올까 겁난다
허겁지겁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컵 하나
주방으로 가져간다
핑계 하나 걸고
게으름 곱으로 얻고
후회가 파도 되어 밀려온다
구경 잘했다
내가 부린 핑계
이젠 일어서자
핑계가 주는 그 맛
질릴 때도 되었다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