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언제부터일까. 강제되는 범위 밖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없었다. 더 자세히는 새로운 시작은 있었으나, 유지가 되지 않았고. 조금 더 자세히는 순간 느끼는 일상의 공허함과 반복에 무료함을 느끼고, 새로운 시작을 하지만 그 순간이었으며, 내일이면 어제의 기나긴 고민과 고뇌끝에 선택된 새로운 무엇인가는 뒤로 밀쳐두고는 순간적인 즐거움을 탐닉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어제처럼 오늘도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다가 미루고 미루던 글을 쓴다. 시대가 낳은 탁월한 문호도 아니며, 남보다 한번 더 생각하는 능력을 타고난 범인도 아니기에, 그저 그런 글이 될 확률이 가히 높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으로써의 훗날 이 기록들을 뒤돌아 보았을때 옅은 미소라고 짓게 되지 않을까.
주제에 대하여 참 고민이 많았다. 지금의 나는.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접한 프로그래밍에 빠져 프로그래머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고, IT회사에 입사하여 순수 개발자로 지내다가 지금은 연구소에서 빅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름 싱싱한 나이이고. 가끔 책을 읽는데 지독한 잡식이라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데로 읽는다. IT 서적을 제외하고 나열하자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이며, 그전에 읽었던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였다. 그 전에는 제목도 가물가물한 자기 개발서 였으며, 그 전에는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이었다. 삶도 잡식이다. 엔지니어지만 기획에도 관심이 있으며, 디자인에도 관심이 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감히 스타트업에도 관심이 있다. 삶이 잡식이다보니 주제를 정하기가 참 어려웠고, 그래서 결국 닥치는데로 에쎄이를 적기로 했다.
나는 대단히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다. 삶의 대다수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목적을 정하고 행동한다. 목적이 없는 행동은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써 내려가는 글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 억지로라도 부여하자면 이 글의 목적은 "의미 없는 글" 정도로 하겠다. 의미없는 글을 쓰는것이 이 글의 유일한 목적이리라. 마지막으로 누구인지 모를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든 이에게 간곡히 청한다. 여기의 글들과 관련된 모든 내용은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쓴 글이다. 너의 생각과 다름을 나에게 알릴 필요도 없으며,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된다. 다시 말하건데 내가 여기에 쓴 글은 의미없는 문자의 모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