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내게 브런치라는 개념은 늘 생소했다. 브런치를 먹고 나면 저녁 시간까지 붕 뜨는 시간이 애매했고 그것을 먹을 바엔 점심을 거하게 먹는 편을 택했다. 한 마디로 브런치는 내게 선택 사항 혹은 먹어도 안 먹어도 되는 그저 그런 존재였다.
그럼에도 간혹 브런치를 접할 때면 나오는 음식들에 놀랐던 적이 많다. 2만 원이 넘는 메뉴들을 두세 개 시켜 꽉 찬 상을 보고 있으면, 아침과 점심 사이에 이런 음식들을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훌륭했다. 계산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던 적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은 꽤나 오래갔던 것 같다.
'지극히 선택 사항인 동시에 먹으면 늘 만족했던 높은 퀄리티'
어쩌면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 줄지 모르겠지만 항상 좋은 글을 적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초반엔 각종 미사여구로 글을 예쁘게 만들어보려고도 했음은 물론 좋은 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브런치를 이용하는 빈도는 점차 적어졌다. 휴대폰 메모장에는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늘어났고 시간이 나면 그것들을 조금씩 다듬기만 했다.
기록할 만한 감정을 느꼈음에도 그 순간을 기록하지 않아 기억이 희미해져 갔던 적이 많다. 앞으로는 꾸준히 나만의 브런치를 내놓기로 했다. 굳이 깊은 감정을 담지 않은 글이라도, 별 주제 없는 글이라도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브런치가 되리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