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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Jan 27. 2024

COFFEE HANASAKA

비좁고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향했다. 그리 크지 않지만 아늑한 공간, 뿔테 안경을 낀 마스터 그리고 벽면 가득한 포스터,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기억에 남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각종 드립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지라 이런 곳에 오면 항상 메뉴는 아이스커피였다. 앞에 손님의 커피를 만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대충 눈치껏 알아들은 나는 이번에도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평소에 먹지도 않는 치즈 케이크도 한 조각도 같이


자리 바로 옆 큰 스피커에서 도입부부터 좋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제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런 순간 나타나는 성향 그리고 집중한 마스터의 모습에 조용히 노래 검색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잡담 소리, 그라인더 소리가 한데 뒤섞여 제목이 검색되지 않아 멀뚱히 커피 내리는 모습으로 시선을 옮겼다. 매우 특이했던 점이라면 얼음이었다. 정형화된 얼음을 담는 것이 아닌 큰 얼음을 깨서 잔에 담는 모습을 쳐다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2시간.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 있기 힘들어하는 사람치고 긴 시간을 보냈다. 5층에 위치한 낯선 아지트 같은 공간을 이상하게도 떠나기 싫었다. 별생각 없이 나오는 음악들을 흘려보내고, 좋아하지 않는 치즈 케이크를 한 입 먹고 역시나 그 맛이 싫어 커피의 맛으로 덮는 동안 날은 어둑해졌다. 마스터는 저녁이 되면 위스키, 맥주도 판매한다는 말과 함께 친히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를 배웅했다.


한국에 돌아와 카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노래 제목을 물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일부러 볼륨을 크게 키우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문을 열자 현지인만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쭈뼛거리던 모습, 좋은 노래와 함께 여유롭게 마신 커피, 오랜 시간을 보내고 배웅과 함께 1층으로 다시 내려왔을 때 마주한 거리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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