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급한 편인 나는 ‘천천히’라는 말과 유독 거리가 멀었다. 걸음도 빠르고 식사 시간도 짧게 끝내는 편이다. 천천히 호흡하며 명상하듯 시간을 온전히 향유해 본 적이 많지 않고 맛집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성격이 급한 것을 나의 단점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가진 성격의 한 단면일 뿐, 단점도 장점도 아니니까.
마땅히 이유를 찾지 못해 ‘나이가 들어서’라는 뻔한 핑계를 대본다. 20대 때는 즐기거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생겼다.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천천히’라는 단어를 동반한 채. 성격이 급한 것을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고칠 생각이 들지 않아 이제야 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가를 배울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적도 제법 늘었다.
그중에서 가장 빠져있는 것은 냉침차를 즐겨 마시는 것이다. 뜬금없이 빠져들었던 이유는 투명했던 물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게 좋아서, 참 단순한 이유였다. 차를 차갑게 마실 때마저 뜨거운 물에 살짝 티백을 우리고 얼음물을 가득 더해 벌컥벌컥 마시곤 했던 나인데, 기다림을 즐길 줄이야.
돌고 돌아 봄이다. 하루하루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은 돌이켜보면 훅 지나가있다. 유독 서서히 물들어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던 건 훅 지나간 그 시간이 두려워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