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물건들

by 주노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이미 소유했다는 일종의 성취감과 더불어 존재감에 대해 당연하게 여겼던 내 마음 가짐 때문일까. 20대 때와는 다르게 무언가를 소비할 때면 물건의 효용성부터 따지게 된 나는 이제 와서 애정하는 물건들이라는 주제로 그것들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지난 세월을 쭉 돌아보는 누군가의 회고록 마냥, 스쳐간 물건들에 대한 그리움도 더해서.


아이팟 클래식

아이리버와 YEPP, 너도 나도 MP3를 사용할 때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른 것을 쓰고 싶었다. 아이팟 클래식에 대한 용량과 디자인은 둘째 치고, 오로지 남들 눈에 멋져 보이고 싶었던 중학교 2학년의 치기 어린 생각. 생각의 온도가 꽤나 뜨거웠던 모양인지 부모님은 금방 눈치를 채셨고, 생일날 함께 전자상가로 향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진열대 속 놓인 그것과 마주한 순간이. 강렬했던 기억의 선명도는 쉽게 흐려지지 않았고 스마트폰 출시 이후에도 “음악은 아이팟으로 들어야지”라는 쓸데없는 허세와 함께 두 개를 함께 들고 다녔다. 클래식을 사용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시리즈 물, 음악으로 가득 채운 물건을 들고 다닌 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지.


포터 투 웨이 가방 (bon-sac)

2020년 01월, 취업에 성공했다. 1년 간의 취업 준비 생활로 인해 내 방에서조차 눈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던 때, 합격 발표 화면을 본 순간 맹렬히 오던 눈이 그쳤다. 그동안 고생한 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스스로에게 근사한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 쓰고 싶은 실용성 좋은 가방을 가지고 싶던 차에 포터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신드롬 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는 최근과 다르게 길거리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강남점의 작은 매장을 둘러보다 투 웨이로 쓸 수 있는 bon-sac을 골랐다. 튼튼한 나일론 소재에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으로 구매할 때도 오래 쓸 것 같다고 직감했다만 5년의 회사 생활 내내 알차게 쓸 줄은 몰랐다. 좋은 추억이 담긴 물건을 온전한 상태로, 오랜 기간 사용한다는 건 행운이다.


줄 이어폰

결국 돌고 돌고 돌아 줄 이어폰이다. 추운 날씨에 꺼질 일도 없고 매번 충전을 챙길 필요도 없다. 연결 단자에 더러 고장이 생겨, 핸드폰에 이어폰 줄을 칭칭 감아서까지 듣는 내 모습을 보며, 여전히 블루투스보다 이 고상한 아날로그를 좋아한다고 깨닫는다. 블루투스 기기의 사용이 익숙해진 요즘, 줄 이어폰을 쓴다는 것만으로 주위 사람들이 말을 걸어올 때도 있다. 불편하지 않냐며 사용감에 대한 물음이 대다수지만 그중에서는 독특하다는 말, 다른 세대에 사는 사람 같다는 말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인 내가 줄 이어폰 사용만으로 독특하다는 이야기까지 듣다니, 참 새로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