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고양이 여울이가개울집 부엌을 기웃거린다.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부엌문 앞에서 냐아앙, 하고 누군가를 불러제낀다. 부엌 앞에서 밥 주세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당당하고 용감하다. 잠시 후 캣맘이 무언가를 차려 내놓는 달그락 소리가 들리더니 여울이가 부리나케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채 1분도 안돼 여울이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부엌문을 나섰다. 구워서 내놓은 꽁치다. 여울이의 입에서 꽁치 꼬리가 달랑거린다. 꽁치를 입에 문 여울이는 발걸음도 경쾌하게 개울집 봉당을 걸어나온다. 그런데 이 녀석 먹지도 않고 저것을 어디로 물고 가는 걸까.
개울집을 벗어난 여울이는 꽁치를 물고 뒷집인 주황대문집으로 간다. 꽁치를 입에 물고 사뿐사뿐 걸어서 대문에 이르러 몸을 엎드린 채 대문을 통과한다. 대문 구멍 사이로 나는 그것을 본다. 여울이가 꽁치를 물어나른 현장을. 대문 너머 마당에는 앙냥냥거리며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어미에게 달려들었다. 구멍을 통해 몰래카메라로 마당을 살펴보는데, 뒤쪽에 네 마리가 더 있다. 그러니까 여울이는 모두 여섯 마리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배달하고 있었던 거다. 여울이는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금 대문을 나섰다. 녀석은 지체없이 개울집 부엌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여울이는 꽁치를 입에 물고 개울집을 나선다. 주둥이가 뾰죽한 꽁치 대가리 부분을 입에 물고 명랑하게 주황대문집으로 향하는 여울이의 모습이 어여쁘기만 하다.
여울이가 꽁치를 물고 대문을 통과해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새끼들이 우르르 어미에게 달려든다. 어미가 입에 문 꽁치를 바닥에 내려놓자 먹이다툼이 치열하다. 이건 숫제 아귀들의 먹이전쟁에 가까웠다. 살고자 하는 순진한 본능의 아귀다툼. 쉴 새도 없이 여울이는 또다시 개울집으로 간다. 이번에는 무슨 튀김을 한 조각 물고 나온다. 그것을 새끼들 앞에 내려놓고 튀김 한 조각을 더 물어온다. 아무래도 여섯 마리에게 각각 하나씩 먹이를 물어다 줄 생각인가보다. 잠잠 더워지는 날씨에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 어미인 여울이는 쉴 참도 없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나른다. 그리고 다섯 번째 먹이를 물고 나올 때쯤 위기가 닥쳤다. 옆집 개울가 식당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가 먹이를 물고 나오는 여울이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울이는 입에 문 먹이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어금니를 꽉 문 채 봉당을 내달렸다. 주황대문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번 더 여울이는 커다란 개의 습격을 받았으나, 간신히 몸을 피해 주황대문을 통과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여울이를 놓친 개는 공연히 비닐수거함 옆에 엎드려 있던 다른 고양이(노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졸지에 노을이가 여울이 대신 이리저리 쫓겨다녔다. 개가 너무 커서 내가 다 겁이 날 지경이었다. 여울이는 이제 주황대문집 안마당에서 대문 밑구멍을 통해 바깥을 살피고 있다. 위험한 상황은 끝났지만, 여울이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초보엄마인 여울이의먹이 물어 나르기도 거기서 중단되었다. 바깥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마당에서 뽈뽈거리는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는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여전히 그루밍을 하고 장난을 치기 바빴다. 내가 보기엔 여울이가 선택한 둥지가 이 집의 헛간채로 보이는데, 정작 이 집 주인인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안다면 곱게 보고만 있지는 않으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