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일어나, 집에 가서 자야지!”
마트에 가려고 나왔다가 개울 저쪽에서 자고 있는 아깽이에게 말을 건네봅니다만, 녀석은 기척이 없습니다. 이 추운 날 개울가에서 자면 안 될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 녀석을 살펴보는데, 이미 일어날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우리집으로 밥 먹으러 오는 순덕이네 아깽이 중 한 마리였습니다. 사흘 전에 멀쩡하게 밥 먹는 걸 보고 사진까지 찍은 녀석인데, 굶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더더욱 요즘엔 텃밭농사철도 아니어서 쥐약을 먹은 것도 아닐 텐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한뎃잠을 자면서 체온이 떨어졌거나 전염병이 아닐까 의심이 들 뿐입니다. 마트 가기를 포기하고 나는 집안에서 수건을 한 장 가져와 녀석을 감싼 뒤, 뽕나무 아래 겨우 언 땅을 파서 묻어주었습니다. 이 아이가 지구에 머문 시간, 3개월. 그렇게 녀석은 지구에서의 짧은 생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떠났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순덕이가 혼자 급식소를 찾았습니다. 산 고양이는 살아야 한다며 순덕이는 꾸역꾸역 밥을 삼키고, 캔까지 말끔히 비우고는 찬바람 속을 허청허청 걸어갔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닥을 보이는 사료 포대를 보면서 나는 또 먹먹하게 주문서를 쓰고 결제를 누릅니다. 산 고양이는 살아야 하고, 살아있는 한 우리 배고파 죽지는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