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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an 17. 2019

고양이 아가씨

이번 시집을 내고 나서 “시인이셨어요?”란 댓글을 심심찮게 본 것 같다. 사실 한창 여행을 다니며 다큐와 여행서 작업을 할 때 만난 어떤 분은 고양이 작가가 되어 맨날 했다냥, 안 된다옹 이러고 있는 거 보고 닭살을 긁으며 황당해 하셨다. 물론 이번 시집에는 냥냥거리는 야옹체는 없지만,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고양이란 단어를 억제하느라 좀 애를 먹긴 했다. 이왕 나온 시집이니 더도 말고 서너 달 사료값이나 하면 다행이겠다.


고양이 아가씨


언덕은 외롭고 구름은 시들어요
벽을 타고 날아갈 순 없어요
상자는 아늑하고 창밖은 위험하죠
하지만 상자 속에서 일생을 보낼 순 없어요
날아가는 것들은 다 문밖에 있죠
평생 밖에서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골목은 갸륵하고 지붕은 달콤하죠
(중략)
외롭다는 발자국은 도처에 있어요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예요
늑대가 오면 도망치는 거죠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야옹 이야옹 거기 누구 없어요?
야옹 이야옹 그냥 한번 울어 봤어요  


_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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