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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Dec 26. 2019

안녕 몽롱이는 고마웠어요

몽롱이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집 마당 급식소를 드나들던 까치고양이. 어느 여름 엄마와 동생은 이웃집 할머니가 놓은 쥐약 때문에 고양이별로 떠나고, 혼자 살아남은 고양이. 이후 3~4년 더 단골손님으로 급식소를 찾아오더니 갑자기 사라진 녀석. 이 녀석마저 고양이별로 떠났구나 했는데, 눈 내리던 어느 날 나타나 겨울을 나더니 해마다 봄이면 떠났다가 겨울이면 나타나기를 반복해 이런 철새같은 녀석이 다 있나, 의아해했던 고양이.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집 마당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이리 오너라’ 하고 외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당에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안보이다 겨울에 다시 나타나도 마치 어제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당에 들어서던 녀석. 2017년 1월쯤인가 어느 눈 오는 날, 그날은 '이리 오너라'도 외치지 않더니 나와 한참을 눈을 맞추고는 눈 덮인 뒷산 비탈길을 비틀비틀 올라가던 녀석. 그것이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쩌면 녀석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구에 사는 동안 고마웠다고. 어제는 첫눈이 와서 나는 또 녀석이 오지 않을까 수십 번 문밖을 살피고, 이렇게 너라는 고양이가 이곳에 살다 갔음을 이렇게 가만가만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안녕, 몽롱이는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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