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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an 11. 2020

사자왕 아롱이

아롱이와의 첫 만남 이후 두 번 더 아롱이네를 찾았다. 사료와 캔도 잔뜩 챙겨갔다. 하지만 할머니는 만나지 못했고, 아롱이는 할머니가 없는 방문에 거리를 둔 채 나를 살폈다. 내가 저번에 맛본 천상의 캔을 따주고서야 녀석은 가까이 와 허겁지겁 먹어치웠으나, 먹자마자 녀석은 꽁무니를 뺐다. 다행히 며칠 전 방문했을 때는 녀석이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내가 마당에 들어서자 언덕에서 지켜보던 녀석이 재빨리 내려와 내 앞에 섰다. 같이 있던 까망이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달려와 캔밥을 먹었다. 이번에는 까망이가 더 적극적이어서 아롱이를 밀쳐가며 절반 이상을 먹어치웠다. 아롱이는 뭔가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고, 나는 이런 때를 대비해 가져온 닭가슴살을 녀석에게 바쳤다. 아, 녀석의 눈은 처음 캔맛을 봤을 때처럼 번쩍이더니 앉은자리에서 세 개의 닭가슴살을 순삭했다. 저녁햇살을 등뒤로 받으며 앉아 있는 녀석은 사자왕처럼 빛났지만, 역시 할머니와의 케미가 없으니 어쩐지 허전했다. 그래도 녀석은 세번이나 봤다고 이번에는 석양을 등지고 내내 나를 배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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