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은 외롭고 구름은 시들어요
벽을 타고 날아갈 순 없어요
상자는 아늑하고 창밖은 위험하죠
하지만 상자 속에서 일생을 보낼 순 없어요
날아가는 것들은 다 문밖에 있죠
평생 밖에서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골목은 갸륵하고 지붕은 달콤하죠
(중략)
외롭다는 발자국은 도처에 있어요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예요
늑대가 오면 도망치는 거죠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야옹 이야옹 거기 누구 없어요?
야옹 이야옹 그냥 한번 울어 봤어요
_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