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톰에게 벌어진 일.
며칠 전 일어난 일입니다. 최근에 장난이 부쩍 늘어난 아톰이 박스에 들어가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녀석은 비에 젖은 박스 귀퉁이를 뚫어 손을 들락날락하며 고추나 토마토 줄기를 묶을 때 쓰는 파란 비닐노끈을 잡아당기는 거였습니다.분명 선반 위에 비닐끈을 올려두었는데, 녀석이 풀어헤쳐 바닥까지 끈이 풀어져버린 것입니다. 녀석은 그것을 잡아당겨 박스에 쌓아두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한시간쯤 시간이 지났을까요? 저녁 8시쯤 아내가 올 시간이 되어 마중을 가기 위해 차 시동을 거는데, 차 밑에서 고양이가 후다닥 도망가는 거였어요.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의 뒤로는 박스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딸려가더니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박스만 길바닥에 떨어져 있고, 녀석은 보이지가 않았죠. 별일 없겠지? 하고는 아내를 데리러 다녀왔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와 테라스에 나가보니 아톰도, 함께 있던 아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아까 아톰이 가지고 놀던 비닐끈도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나는 플래쉬를 켠 채 집 주변을 살폈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졌던 박스는 집으로 가져왔고, 마을회관까지 샅샅이 훑어도 아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옆옆집 텃밭 울타리에 끈이 한뼘 정도 나와 있는 겁니다. 그걸 살짝 잡아당겨보았습니다. 끈이 달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아톰이 가져놀던 그 끈이 분명했습니다. 실타래를 되감듯 끈을 한창 감고 있는데, 그 비닐끈의 끝에 아톰 녀석이 있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녀석은 그 끈이 발과 발톱에 감겨 도망을 치다 이 울타리에 끈이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톰의 옆에는 아비가 앉아서 전전긍긍하고 있었어요. 이 텃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래전 쥐약을 놓아 우리집으로 밥 먹으러 오던 고양이들을 여럿 하늘나라로 보낸 바로 그 장본인의 텃밭입니다. 하필이면 아톰이 거기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아톰이 있는 텃밭 울타리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다행히 아톰은 비명을 지르거나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발버둥만 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울타리에 감긴 끈을 풀고 살짝 그것을 들어올렸습니다. 아톰의 발과 발톱에 끈이 심하게 엉킨게 아니어서 끈은 곧바로 풀어졌습니다. 하지만 바보같이 끈이 풀린지도 모른 채 아톰은 그 자리에 혼이 나간 듯 앉아 있는 거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녀석이 앉은 텃밭 안쪽으로 한발 들어가 녀석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습니다. 그제야 녀석은 텃밭을 벗어났습니다. 비가 오다가 잠깐 그친 상태라 공기는 축축한데, 잔뜩 긴장을 했던 내 몸은 온통 비에 맞은 듯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끈을 회수하고 집으로 오는데, 아비 녀석은 오는 내내 앞에서 발라당 발라당,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라당을 하는 거였습니다. 아마도 지 새끼를 구해주어서 고맙다는 행동으로 보였습니다만, 제 머릿속엔 너무 땀을 흘려 어서 샤워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집으로 곧장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아비와 아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이래저래 십년감수했습니다만 녀석들에게 아무일도 없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