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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an 20. 2021

대장 앙고의 3년전쟁

앙고는 올해 여덟살. 8년 전 봄에 마을회관 앞에서 엄마를 잃고 3일간 울고 있던 아이를 구조해 분유를 먹이며 돌보다가 다래나무집에 맡긴 고양이입니다. 세 살이 되면서 다래나무집 대장이었던 오디를 제압하고 왕좌에 오른 뒤, 현재까지 최고 존엄의 자리에 앉아 있죠. 하지만 대장 자리라는 게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도 해서 녀석은 외부 고양이들의 침입을 막고 다래나무집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노릇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다래나무집엔 길에서 구조한 열세 마리 고양이를 비롯해 모두 20여 마리의 고양이(이 중 포획이 안되는 세 마리를 제외한 모든 고양이를 TNR 시킴)가 있는데, 4~5년 전부터 외부의 길냥이들이 부쩍 자주 출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먹이가 부족한 시골에서 연중무휴 급식소를 운영하는 곳이 이곳밖에 없으니 바깥 고양이들에겐 ‘신세계’ 같은 곳이었겠죠. 



개중에는 산골마을 전체를 호령하는 ‘빈대떡’이라는 대장 고양이가 있습니다. 녀석이 맨 처음 다래나무집을 드나들기 시작한 건 5년 전인데, 그 때부터 이곳을 장악하려는 빈대떡과 지키려는 앙고의 ‘3년 전쟁’이 시작됩니다. 처음 1년은 앙고가 수세에 몰려 빈대떡이 나타나면 한참을 싸우다 산으로 도망을 치곤 했는데, 2년째 접어들면서 백중세를 보이더니 3년째에는 오히려 앙고가 약간 우위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앙고가 빈대떡에게 우위를 보이면서 오히려 빈대떡의 급식소 이용에 대해 관대해졌다는 사실입니다. 해서 작년부터는 아랫마을에서 올라온 빈대떡을 그냥 모른 채 눈감아주기도 하고, 외부에서 오는 네댓 마리의 다른 길냥이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눈을 감아주고 있습니다. 



사실 앙고는 의전을 중시하는 고양이라 누군가 대장 대접을 해주면 한없이 관대해집니다. 대장으로서 허세 또한 대단해서 폭설이 내릴 때도 아랑곳없이 영역을 순찰하고, 냥독대에 올라 “이 정도 눈쯤은....” 하면서 눈에 보이는 허세를 부립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또 한없이 개냥이 노릇을 합니다. 특히 아들과 간식을 챙겨주는 나에게는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아양을 떱니다.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 모습이 귀엽고 든든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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