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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Feb 26. 2017

몽롱이 이야기

몽롱이라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올해 나이가 여덟 살인 길고양이. 원래 이 녀석은 엄마, 동생과 함께 8년 전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기 시작했는데, 엄마와 동생은 이웃집 할머니가 놓은 쥐약을 먹고 고양이별로 떠났습니다. 혼자 살아남은 녀석은 4년 정도 단골손님으로 우리집 급식소를 찾다 이후에는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다가 겨울만 되면 나타나 3~4개월씩 단골로 오다가 또 사라지고 겨울에 나타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집 마당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마치 ‘이리 오너라’ 하고 외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당에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한참을 안보이다 겨울에 다시 나타나도 마치 어제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당에 들어서곤 했지요. 그러다 작년 겨울에 이 녀석이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결국 녀석이 고양이별로 간 모양이구나, 하고 여겼는데, 한 해를 걸러 올해 다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예전처럼 ‘이리 오너라’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냐옹, 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건 여전했습니다. 길 위에서, 그것도 해마다 쥐약을 놓는 시골에서 8년을 산 고양이(아마도 엄마와 동생 수명까지 다 살고 있는듯). 이 녀석이 대견하고, 장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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