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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Feb 03. 2023

폭설 내린 개울에서

봉달이는 내가 만난 고양이 중에 눈을 가장 좋아했던 고양이에요. 한번은 폭설 내린 개울에서 혼자 노는 녀석을 몰래 지켜본 적이 있어요. 녀석은 혼자서 눈밭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더니 개울 건너편에 가서도 또 한바탕 눈밭에 자기 흔적을 남기고 있었어요. 몰래 사진만 찍다가 봉달이 이름을 부르며 내려가자 녀석은 개울 건너편에서 버선발로, 아니 맨발로 개울물을 저벅저벅 걸어서 이쪽으로 건너왔습니다. 사진으로는 찍을 수 없었지만, 녀석은 쭈그려앉은 내게로 다가와 젖은 발을 내 바지에 쓱쓱 문지르고는 쿨하게 다시 눈밭에서 우다다를 선보였습니다. 이맘때면 늘 생각나는 녀석, 봉달이! 잘 지내니? 거기도 눈이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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