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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Feb 17. 2023

야옹식당 단골손님


이사하고 두번의 겨울을 보냈다. 아쿠와 아톰은 창고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한번씩 밖에서 놀다가 들어간다. 마당에는 나그네 고양이들을 위해 프라이팬에 수북이 사료를 놓아두는데, 이게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제법 단골손님이 생겼다. 아욱이(꼬리와 이마에만 무늬가 있는)는 겨우내 데크에 마련해준 박스집에 머물며 급식소 죽돌이로 살았다. 사실 녀석은 덩치에 비해 서열이 낮은 편이어서 급식소에 손님이 찾아와 으르렁거리면 '난 싸울 의사가 없소' 하면서 배를 보이고 항복을 한다. 녀석의 이런 행동 때문에 아쿠와 아톰은 이제 창고문이 열려도 녀석을 본체만체한다. 하지만 이웃집 급식소에서 돌봄을 받는 링이(노랑이)는 자주 이곳에 와서 아욱이에게 시비를 걸곤 한다. 내가 알기로 링이는 사실상 이 구역의 대장 노릇을 한다. 덩치 큰 아톰도 링이에게는 꼬리를 내린다. 작년까지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기싸움을 했지만, 요즘엔 링이와의 대면을 가급적 피하는 걸 보면 서열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 링이가 우리집에 올 때면 이웃집 급식소 소속인 두 마리의 노랑이와 삼색이가 언제나 줄레줄레 뒤를 따르곤 한다. 녀석들에겐 이곳 급식소가 2호점인 셈이다. 


아욱이


링이


봉다리


아욱이와 링이네 식구들을 제외하면 우리집에 가장 빈번하게 드나드는 단골은 봉다리(턱시도)다.  이 녀석 또한 언덕 너머 장어집 마당고양이지만, 하루에 두세번은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 두어달 전 장어집에 냉면을 먹으러 가서 '이 집 봉다리가 우리집에 단골로 드나든다'고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어쩐지 요즘 봉다리 얼굴 보기가 힘들다 했더니'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거식이(조로 가면을 쓴 턱시도)도 하루 한번은 꼭 우리집을 찾는 단골이다. 녀석은 이 구역에서 가장 생각이 깊은 고양이다. 왜냐하면 급식소에 다른 손님이 와서 밥을 먹고 있으면 녀석은 절대로 마당에 들어서지 않고 몇 시간 뒤 다시 찾아와 되도록 충돌을 삼가는 편이다. 아쿠와 아톰이 밖에 나와 있을 때에도 녀석은 기다렸다가 창고에 들어간 뒤에야 급식소 나들이를 한다. 두식이(얼굴이 가장 큰 턱시도)는 생긴 모습만 봐서는 대장 고양이일 것 같지만, 링이나 봉다리 앞에서는 기도 못 펴는 덩치만 큰 순박한 고양이다. 이 밖에도 노랑이 한마리와 캣초딩 턱시도가 한마리 더 급식소를 드나들지만, 두 녀석은 경계가 심해 눈만 마주쳐도 도망을 친다. 


거식이


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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