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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Apr 06. 2023

처음부터 끝판왕

처음부터 끝판왕.


(몇 해 전, 고양이섬을 여행할 때입니다. 배에서 내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려고 발길을 옮기는데, 요 녀석을 만났습니다. 제법 큰 섬이어서 섬을 한 바퀴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코스였지만, 요 녀석에게 발목이 잡혀 거의 반나절 이상을 녀석이 사는 어부의 집 마당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오후 막배시간이 다 되어 어쩔수없이 다음 날 섬을 한번 더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이 녀석을 만나면 발목이 잡힐 것 같아서 코스를 반대로 잡아 마지막에 녀석을 한번더 만났습니다. 하루 일정을 통째로 펑크내도 좋았던,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뭍에서의 시름을 잊게 해주던 녀석. 여행을 하다보면 이 녀석처럼 처음부터 끝판왕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열심히 짜놓은 스케줄도 완전 꼬여버리곤 합니다. 어차피 이런 여행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게 나의 계획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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