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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May 09. 2023

할머니와 고양이

며칠전 3호점 사료후원을 갔더니 캣대디는 안 보이고 할머니만 산밭에서 내려오셨다. 할머니가 그늘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하는데, 마침 호야네(어미고양이) 아깽이가 할머니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구, 야가 이름이 뭐드라? 아들이 이름 부르면 야들이 쪼르르 달려와. 여서 밥 먹는 애들이 열댓마리 넘어." 할머니는 고양이가 이뻐서 한번 만져보려고 손을 내미는데, 아깽이는 딱 한번 손길을 허락하고는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얼마 전에 보니 집 뒤에도 모르는 고양이가 새끼를 댓마리 데려다놓고 밥을 멕이더라구. 사료 한 푸대 뜯어놓으면 이게 며칠을 못 가니..." 할머니는 몸도 성치 않은 아들이 고양이 거둬먹인다고 한숨이다. 그래도 사료 몇 포대 가져온 것이 고마운지 할머니는 절에서 스님이 줬다는 다래나무 수액을 한 병 가지고 나온다. 극구 사양하는데도 할머니는 가면서 마시라며 기어이 물병을 차에 실어버린다. 남의 속도 모르고 밭가에는 금낭화며 매발톱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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