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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Feb 09. 2024

휴지 먹는 고양이

오래 전, 휴지 먹는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다. 집냥이처럼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서 정말로 휴지를 먹는 거였다. 녀석은 치킨박스에서 나온 기름 묻은 휴지가 먹을 거라도 된다는 듯 그것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다 삼켰다. 하필 이날은 가져간 사료가 동이 나 다음날부터 나는 녀석과 가족이 머무는 곳에 사료를 배달하기 시작했고, 이후 오랜동안 녀석은 나의 단골이 되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녀석처럼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고, 살기 위해 먹어서는 안될 것들을 먹고 사는 고양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그들에게 건네는 사료그릇을 걷어차고 무차별 쥐약을 살포하는 인간도 여전히 있다. 이제껏 지구 생물종의 상당수를 멸종시키고 지금의 기후재앙을 불러온 원흉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그런데도 비난의 화살을 고양이에게 돌리는 한심한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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