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한창 물을 주고 있을 때였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던 할머니가 갑자기 멈추더니 나를 불러세웠다. “저어기 돌아댕기는 삼색이 요즘에 여기로 밥 먹으러 와요?” “네, 가끔 와서 밥 먹어요.” “아이구, 전에는 우리집 마당에서 밥을 줬는데, 요즘엔 개가 있어서 그렁가. 밥 먹으러 안 오더라구.” “아, 네. 저 말고도 저 옆옆집에서도 밥을 주고 있어요.” “그렇구나, 다행이네. 오던 애가 안 오니 걱정이 돼서....” 하면서 할머니가 말끝을 흐렸다. 가끔 동네 산책을 하다보면 거실창 안으로 캣타워가 보여서 아, 이 집도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했던 집이 바로 이 할머니 댁이었다. 할머니가 그동안 저 불편한 몸으로 삼색이를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