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지가 창고에 무단침입해 아쿠톰과 강제로 함께 산 지도 두달이 되었다. 녀석이 온 지 한달쯤 지났을 때만 해도 곧 몸집이 커져서 철망을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가 작아서인지 녀석은 여전히 철망을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있다. 다만 폭식을 해서 배가 부를 때면 철망에 아랫배가 '낑겨' 끙끙대며 철망을 빠져나간다. 결국 고양이는 머리만 통과하면 어디든 통과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람지의 넉살과 친화력은 여전해서 창고의 아쿠톰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마당에서 집사도 사냥하고, 창고밖 마당급식소를 드나드는 외부의 고양이들한테도 거리낌없이 다가가 하악질을 당하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쿠톰이 그렇게 '무대뽀'인 람지를 식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아쿠톰이 보살이 다 되어서 람지의 어지간한 공격이나 괴롭힘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람지도 예전보다는 창고 밖을 기웃거릴 때가 많다. 낮잠을 잘 때면 고구마밭이나 부추밭을 이용하고, 능소화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졸지에 아깽이 육아를 맡게된 집사 또한 최대한 아쿠톰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루에 두세번은 람지에게 혹독한 강아지풀 훈련으로 천방지축 날뛰는 아깽이의 체력과 기운을 뺀다. 그런데 아뿔싸, 아침 저녁 '빡세게' 훈련받은 녀석의 체력이 갈수록 좋아질 줄이야. 이래저래 점프력(코어능력)과 공격력(사냥실력)이 상승한 녀석은 더 강력하게 아쿠톰을 덮치고, 나는 더 강도놓게 녀석의 기운을 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람지에게 늘 당하는 아쿠톰 또한 방어력이 급상승, 눈을 감고도 쏜살같이 날아오는 녀석의 주먹을 일거에 제압, 고수다운 면모를 발휘하는데...... 갑자기 장르가 무협으로 변하긴 했지만, 어쨌든 중원 무림의 평화는 이제 좀 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