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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Sep 06. 2017

또랑이네 가족을 소개합니다

우리집 마당 급식소의 실질적인 소유권자인 또랑이는 온순하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다른 고양이들이 급식소를 찾아와도 '조용히 먹고 가라'며 '밥'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한 편이다. 작년 겨울 처음 급식소를 찾을 때만 해도 대장 노랑이를 따라 줄레줄레 기웃거리더니 지난 6월부터 다섯 아깽이들의 엄마로 대장 노랑이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지위를 획득했다. 반면 다섯 아깽이들의 아빠이기도 한 대장 노랑이는 또랑이에게는 약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이 급식소를 찾을 때면 언제나 대장의 힘으로 쫓아내곤 한다. 또랑이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테라스 아래와 현관 앞(비 올 때)에서 보낸다.


"어서 귀엽다고 말하라옹!" 또랑이네 다섯마리 아깽이 중 콩처럼 생겨서 콩이(삼색이). 호기심 많고 장난 많은 고양이. 며칠 전 우리집 호박에 발톱으로 줄 그어놓은 녀석이다.


또랑이네 아깽이들 가운데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막내 방울이. 아깽이들 중에 가장 작지만, 가장 먼저 내 앞으로 다가와 용감하게 발라당을 해서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녀석. 취미는 방울 토마토 따서 놀기(그래서 방울이가 되었음). 막내라 아직 어리광이 많고 껌딱지처럼 엄마를 따라다님.


또랑이네 아깽이들 가운데 호기심도 가장 많고, 장난도 가장 심한 꽈리(무늬노랑이). 툭하면 고추밭에서 꽈리고추 잡아당기기 놀이를 함. 단체 우다다나 장난을 칠 때 늘 선봉에 서는 녀석.


또랑이네 아깽이들 가운데 가장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가족사진에서 늘 빠져 있곤 했던 깨비(얼룩이). 여전히 개만 짖어도 콩밭으로 숨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도 긴장해서 마징가귀를 하고 두리번거림. 그래도 단체 우다다할 때는 빠질 수 없다며 신나게 놀고, 셔터소리에 신나게 도망침.


또랑이네 아깽이들 중에 대장 노릇을 하는 똘이(엄마의 외모를 가장 많이 닮음).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는데도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크고, 밥 먹을 때도 먼저 독차지하는 경향이 있음. 가끔 독자적으로 무리에서 벗어나 행동할 때가 있음. 그러나 늘 놀거나 우다다할 때는 함께. 아빠인 대장 노랑이가 워너비.


또랑이네 아이들 아빠이자 이 구역의 대장인 여포. 보자마자 여포가 생각나서 여포라 함. 또랑이한테는 한없이 약하고, 급식소의 다른 손님들한테는 포악한 왕초고양이. 고양이계의 다른 아빠와 달리 이 녀석은 육아에도 적극 참여해 왔는데, 또랑이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소에 온 적도 여러번이다. 녀석과 만난지는 2년 정도 되는데, 몇년 전 쥐약 파동으로 동네 고양이들이 씨가 말랐을 때 이 구역으로 유입된 고양이로 보이며, 처음 봤을 때부터 낯설지가 않아서 쯥쯔쯔쯥쯔 하고 불렀더니 다가와서 아는 척을 했다. 아마도 몇년 전 전원고양이 이주방사를 위해 12마리 TNR을 할 때 포획을 피해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녀석으로 추정된다. 요즘에도 밤중에 나와 계단에 앉아 달구경을 하고 있으면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이 달구경을 해주는 녀석이다. 작년 겨울 비쩍 마른 또랑이를 데리고 우리집에 와서 "맘껏 먹어!" 하면서 인심을 쓴 것도 이 녀석이다.


그리고 엄마 또랑이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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