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또랑이는 매일같이 아깽이들을 데리고 우리집을 찾아왔다. 맨 처음 또랑이네 아깽이들을 만났을 때(6월1일)만 해도 도랑의 바위틈과 배수구가 녀석들의 집이고 은신처였지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또랑이는 우리집에서 거리가 먼 도랑의 상류쪽으로 영역을 옮겼더랬다. 급식소에서 자신들의 거처가 멀어지면서 밥 배달의 어려움을 느낀 또랑이는 한번에 두세마리씩 교대로 아깽이들을 데리고 급식소를 찾았다. 하필이면 또랑이네 아이들이 임시거처로 삼은 곳은 집 앞에 주차해놓은 자동차였다. 녀석들은 택배가 우거나 집배원이 오거나 내가 마당에 나오기라도 하면 우르르 자동차 엔진룸에 숨기 바빴다.
문제는 자주 운행하지는 않지만 가끔 차량을 운행할 때면 반드시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살펴야 하고 한참이나 자동차를 두들겨야 한다는 거였다. 보닛을 열어보면 어김없이 엔진룸에서 두세마리의 아깽이들이 화들짝 놀라 옆집의 콩밭으로 숨어들었다. 길고양이가 경계심이 많아 나쁠 건 없지만, 매번 보닛을 열고 닫고, 쾅쾅 두들기고 나서 한번더 보닛을 열었다 닫고(이래도 꼭 한 마리쯤은 엔진룸에 다시 올라와 있는 거였다) 해야 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녀석들이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때는 엄마인 또랑이가 보호자로 옆에 있을 때였다. 그때만큼은 녀석들이 내가 근처에 있어도 자유롭게 차 주변을 맴돌고 마당까지 올라오곤 했다. 대문 앞에서 또랑이는 버젓이 새끼들을 불러내 젖을 먹이기도 했다. 어쩌면 또랑이는 새끼들에게 저 아저씨는 안심해도 돼(저 아저씨 호구야), 해치지 않아(사진만 찍어주면 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녀석들이 아예 테라스 밥그릇까지 올라오면 굳이 또랑이가 밥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녀석들은 자동차 밖으로 나오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했다. 해서 또랑이는 급식소에서 불과 20여 미터에 불과한 자동차 밑까지 밥 배달을 하곤 했다. 물론 얼마 전 집에서 은신처까지 머나 먼 길을, 그것도 마을의 한복판을 통과해 닭가슴살을 물고 가던 고충은 사라졌지만, 배달의 임무는 여전했던 것이다. 또랑이네 아이들의 차밑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녀석들의 행동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용감한 한두 녀석은 마징가귀로 주변을 살피며 몰래몰래 급식소 밥그릇까지 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또랑이도 밥 배달을 끝낼 때가 되었다고 여겼는지 테라스에서 얘들아, 일루와! 하면서 부쩍 아이들을 부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아이들은 테라스에서 밥을 먹다가도 내가 나오기라도 하면 혼비백산 차 밑으로 줄행랑을 쳤다. 이래저래 달포 넘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랑에 살던 녀석들이 더 먼 곳으로 영역을 옮기더니 이제 차밑을 베이스캠프 삼아 급식소를 들락거리는 ‘발전’을 보인 것이다.
아깽이들과 또랑이, 또랑이네 아빠까지 급식소를 드나들면서 밥그릇에 내놓는 사료와 간식의 양도 엄청 늘어났다. 자주 대문 앞에서, 마당에서 또랑이네 아깽이들과 마주치면서 각기 다른 녀석들의 성격과 특징과 특이행동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나는 녀석들의 이름도 붙여주기에 이르렀다. 또랑이네 아이들의 이름은 각각 이러하다. 첫째가 똘이(아깽이들 중에 대장, 노랑이), 장난을 좋아하는 꽈리(무늬노랑이), 늘 소심해서 쫄보인 깨비(얼룩이), 호기심 많은 콩이(삼색이), 막내이자 귀여움을 담당하는 방울이(노랑이). 그리고 여느 고양이 아빠와 달리 그동안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아빠 고양이는 오래 전부터 이곳의 대장 노릇을 해온 ‘여포’(노랑이)라고 한다. 좀 더 소소한 녀석들의 이야기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