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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un 11. 2018

선착장 어부와 고양이

석양이 은은한 선착장에 노랑이 한 마리가 기약없이 앉아 있습니다. 고기잡이를 다녀온 어부는 어선에 앉아 느긋하게 그물을 손질합니다. 아무래도 노랑이는 그물 손질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드디어 일이 끝나자 어부는 고양이를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통발을 들어올려 물고기를 한마리 꺼냅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지느러미를 자르고 생선 손질을 한 다음, 반 토막을 냅니다. 이제 어부는 생선 두 토막을 양손에 들고 배 밖으로 나옵니다. 



나오자마자 어부는 밖에서 기다리던 노랑이에게 생선 반 토막을 던져줍니다. 오랜 시간 노랑이가 기다린 이유가 있었군요. 노랑이는 당연하다는듯 어부가 던져준 생선을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그런데 어부는 나머지 반 토막 생선을 들고 선착장을 벗어나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계단 쪽에 기다리고 있던 턱시도 한마리가 어부를 보고 냥냥거립니다. 어부는 왼손에 들고 있던 생선 반 토막을 턱시도에게 던져주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고양이 섬 유시마에서의 첫날 저녁은 그렇게 저물어갑니다. 네, 사실 제가 유시마에 온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풍경을 만나기 위함이었고,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이런 풍경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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