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by 빛나다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종종 라디오를 듣곤 했다. 내 이야기가 디제이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었다. 우연히 사연이 읽히고 선물까지 받게 되는 날은 엄마와 부둥켜안고 좋아했던 어린 '나'였다.

중학생의 내게 라디오는 나만의 시간을 주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디오를 듣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공간 속에 있었고 그곳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좋았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음을 배웠고 그 이야기 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음에 행복했다.

고등학생의 내게 라디오는 공부에 지친 일상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라디오를 듣겠다며 초등학교 때 사용하던 mp3를 찾아 자습시간에 몰래 듣곤 했다. 유일하게 다른 소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공부는 수학뿐이라며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나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즐겨 듣던 프로의 디제이가 그만두었을 때는 울기도 했던, 라디오는 내게 버팀목이었다.

나의 사연이 읽히면 꼭 다시 듣기를 해서 녹음해두었다.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아무리 슬프고 힘든 이야기라도 디제이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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