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산율 행복회로 돌리기

행복을 찾는 과도기, 그 끝은 가족

by 비니스

“죄송하지만 그날은 예약이 어렵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25년 기준 0.7명. 하지만 산부인과, 조리원, 유아용품 시장에 잠시라도 발을 들여본 사람들은 이 수치를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소박한 데이터와 달리 현실은 나만 빼고 모두 아기를 낳고 있는 듯하다.

출처: 드라마 산후조리원

산부인과에서는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진료를 볼 수 있고, 조리원은 아기 성별도 알기 전에 예약해야 자리가 있다. 회사를 가도 친구를 만나도 경조사 어디를 가도 대화의 중심은 늘 ‘아기’이다.


“아기는 안 낳을 거야?”, “둘째는 생각 있어?” 이런 질문에 미리 답변을 준비해둬야 할 정도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임기에 접어든 부부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큼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쯤에서 하나 예언을 해보겠다. 대한민국 출산율은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통계적 근거는 없다. 대신 통계보다 더 정확한 '심리적'인 근거가 있다.


저출산시대에 아기를 낳은 사람으로서 가임기 여성들의 생각을 대변해 보겠다. 우선 이들은 혼자의 자유를 누리던 삶에서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왜 그랬을까? 그 길이 더 행복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나이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어쩌면 그 변화를 가속화했다. 우리는 이 시기에 행복의 조건들을 압축적으로 시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행복의 핵심적인 필요조건이라 여겨지던 ‘’에 대해서 말이다.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도파민을 소비했다. 해외여행 대신 명품을 사고 호캉스와 파인다이닝을 다니며 불경기에 호사를 누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여름의 꿈같던 이 행복문화는 도파민처럼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팬데믹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사람들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더 분주해졌다. 마치 흐트러진 퍼즐을 다시 맞추려는 것처럼.


도파민의 흥분이 사라지면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결국 세로토닌, 즉 안정감을 찾게 된다.


공허한 쾌락보다 채워지는 안정감. 비록 더 큰 대가가 따르더라도, 결국 그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2023년에서 2025년. 이 변화의 중심에는 가임기 여성들이 있었다. 결혼을 결심하고 또 신혼을 지나며 그들 안에는 새로운 행복을 향한 선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비혼, 딩크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마다 시점은 다를지라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나를 지탱해 줄 ‘울타리’가 필요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더 나은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그 탐색의 끝에는 결국 ‘가족’이 있다고.


물론 제목처럼 이 또한 나만의 행복회로일지도 모른다. 혼인 연령은 높아지고, 난임 부부는 늘어나며 여전히 여러 명의 아이를 키우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엄마로서 말하고 싶다. 마음속 깊은 곳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가장 확실한 행복은 가족이라고. 아기를 낳은 후부터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삶의 변화이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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