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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pang Apr 27. 2024

미스 리틀 선샤인이 보여주는 실패

망해본게 뭐 어때서




엄연히 예쁜 아이는 아니지만 미인대회에 나가고 싶은 7살 올리브. 그녀에겐 세상에 ‘성공’과 ‘실패’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아빠, 애인과 헤어진 슬픔에 자살하려고 했던 공부만 잘하고 인생경험은 부족한 모범생 삼촌, 히키처럼 집에서 니체 책이나 보며 비행사를 꿈꾸는 오빠, 어른스러움이라곤 전혀 없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나마 건실한 양육자인 엄마가 있다.


올리브가 미인대회를 나갈 수 있도록 올리브 가족들은 낡아빠진 자동차를 타고 며칠동안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러던 중, 아빠는 본인의 성공철학을 담은 책이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실패’의 충격에 휩싸이고, 할아버지는 호텔에서 주무시던 중 노환으로 돌아가신다. 삼촌은 자신을 버렸던 애인과 우연히 휴게소에서 마주하고, 오빠는 평생 색맹임을 모르다가 색맹은 비행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올리브의 미인대회는 가족들이 겪는 실패에 비해 터무니없이 사소하지만, 힘겹게 온 여정을 쉽게 포기하는 것 또한 집안의 귀여운 막내 올리브를 위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차도 고장나서 달달 거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좀처럼 뭉쳐지지 않던 가족들이 올리브를 위해 마음이 모이기 시작한다.


미인대회장에 도착한 올리브는, 당연하게도 미인대회를 준비하는 전형적인 바비인형 아이들과 다른 행색을 하고 입장한다. 아빠는 올리브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상처받을까봐 올리브가 무대에 올라서기 직전까지 말려보려고 한다. 하지만, 올리브는 그냥 올라간다. 정말 ‘그냥’. 다른 여자아이들이 뭐 무슨 발레같은거 할 때 올리브는 헤어밴드에 줌바댄스 복장을하고 그냥 집에서 춤추고 놀던 그대로 무대위에서 뛰어다닌다.





현장은 올리브가 전형적인 미인대회 ‘성공’ 룰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내려오라고 다그친다. 이를 보고 올리브 가족들은 막내가 기죽을까봐 다같이 올라가서 줌바댄스든 아저씨 회식자리 춤을 춘다. 당연히 개쪽당하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이 영화가 너무 좋은점은 쓸데없이 패배감에 딥하게 젖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이기에 상실감과 자괴감은 있다. 하지만, 엉망진창이어도 실투투성이라도 아니 인생 좀 망해보면 어때 실수해보면 어때, 걍 웃으면 그만이고 아무생각없이 살아보는 것도 꽤 재밌는데. 내가 진짜 망할거같아도 그 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살아지는게 인생이라고 아주 담백하고 사랑스럽고 꽤나 신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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