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두고 고통은 보낸다
나의 고시공부에 뚜렷한 마침표를 새기고서
정말 오랜만에 공부가 아닌 ’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날
박재정 콘서트를 보러 혼자 서울로 향했던 날.
공연 끝자락에 사랑한 만큼의 클라이맥스를 부르고 있던 그때,
카카오톡 하나가 와있었고 정확히 1년 만에 보게 된 이름이었다.
우리의 관계가 명목적으로 끊어졌다고 볼 수 있는 날로부터 1년째 되던 날인
2022년, 방에서 공부만 한 지 2년이 되던 날.
이러다 돌이킬 수 없는 사회부적응자가 될까 싶어
집 근처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일을 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무렵,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전회번호가 찍혀있었다. 받을까 말까 수없이 갈등했다.
드디어 흔히 말하는 후폭풍 이란 것이 온 건가?
너무 오랜만이라, 목소리도 듣고 싶고 혹시 받으면 무언가 상황이 달라질까 하는 마음에 이성과 미련이 번갈아가며 나에게 속삭였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그런 마음에 애써 눈길을 돌렸다.
그 후에 항상 응원한다는 말과 초콜릿이었던가 기프티콘 하나를 보내왔다.
술을 먹고 저지른 일임이 분명했기에 답장은 않고,
그때부터 다음날까지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 마냥 수없이 채팅방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그의 성격상 다음 날 오후쯤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전 날 술을 많이 먹었고 평소에 많이 생각이 났으며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이전에도 미안한 것이 많다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또 가만히 잘 지내고 있는 나를 흔들까 염치없이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예의 없게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응원한다는 말은 진심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정말 그답다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반가웠지만 그의 말대로 연락 한 통에 무너지기
일보직전이 된 나는,
계속 미워하게 이런 연락 하지말지. 하는 마음 하나와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혼자 하염없이 말하다 ‘차단’이라는 수동적인 끝을 낸 그저 수험생인 나였기에,
드디어 제대로 끝을 내게 해주는구나 싶은 마음 하나가 공존했다.
부연 설명이 많은 걸 보면 아마 후자의 마음이 더 컸던 거 같다.
받은 메시지는 그 채팅창이 이미지로 기억날 만큼 뚜렷한데 내가 보낸 메시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나쁜 말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 결국 오빠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긴 글을 마무리하고 끝냈던 거 같다.
이때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성격상 언젠가 한 번은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기에
그날이 오늘이구나 하며 이제 기다릴 연락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때 전화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그런데 이 날로부터 1년 뒤인 2023년
작년과 많이 달라진 나에게 또 그 이름이 나타난 것이다.
박재정의 사랑한 만큼의 클라이맥스를 배경음악으로 한 묘한 타이밍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