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의 끝

by 빈페이지

나는 늘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왜 사는가.

인간은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이 삶의 끝은 죽음인데, 살아가는 과정 중 생기는 사사로운 일들에 연연해할 필요가 있을까.


올해 3월,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렀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6월에 친할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사실 나의 감정을 잡고 흔드는 건, 그들이 세상을 떠난 ‘사실’ 그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이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할머니의 하루하루가 그려졌다.

장례식장 방 안에서 할머니와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인생 한 조각을 엿볼 수 있었다. 희생과 고생으로 채워졌을 삶.

그런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할머니, 그리고 아빠의 마음을 나는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나이가 들고, 부모님도 늙어가고, 결국은 그 끝을 마주해야 하겠지.

그 생각에 내 마음은 시공간을 넘어 훌쩍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는 다시금 스스로를 다독인다. “현재에 충실하자”, “부모님께 잘하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자”

너무도 흔해서, 너무도 익숙해서 가볍게 들리지만, 결국 그것이 전부인 것을.


– 2026.06.14.


* 집에 돌아오는 길 계단에서 마주한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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