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발견
한국들꽃연구회에서 일하시는 문순열님은 아주 놀라운 장면 하나를 찍었다.이슬 머금은 분홍빛 코스모스의 한 꽃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그 물방울 뒤에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가 뒤따라 떨어지고 있다. 우린 대개 큰 물방울 만을 보지만 이렇게 항상 꼬마 물방울 하나가 동반 추락하는 사실을 이 들꽃연구가가 사진 촬영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왜 그럴까? 꽃잎 위의 물기와 떨어질 물방울이 서로 나뉘는 과정에서 생겨난 사생아일까? 인간의 눈에 거의 형체도 들키지 못한 채 가뭇없이 사라지는 작은 물방울 한점. 갑자기 알 수 없는 애틋함과 신비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감정으로 굳이 이입하자면 한 몸이었던 존재가 서로 떨어지는 고통과 아쉬움의 포말일까? 저 물방울조차도 저렇듯 전우주적인 몸부림들, 즉 집착과 놓아줌에 관한 괴로움을 앓는구나.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순열님의 사진을 곰곰히 들여다보노라니 큰 물방울 속에 연분홍 꽃송이 하나가 어른거린다. 어찌된 일인가? 중간에 낀 꼬마 물방울이 마치 렌즈처럼 작용하여 큰 물방울의 몸 속에 방금 헤어진 코스모스의 제법 큰 몸집의 영상을 담아넣은 것이다.
이걸 뭐라해야 좋을까? 꼬마 물방울은 코스모스와 물방울의 애별을 기념하여 애인의 영상을 저 짧은 필름 한장에 담아 전하는 사랑의 우체부같은 존재가 아닌가. 떨어져나간 존재를 돌아보는 존재의 애절함은 물방울 하나에서조차도 다르지 않아보인다.
그 잠깐의 햇살. 그 덧없는 추락. 그 가운데서도 저렇듯 살뜰히 그리운 몸을 되섞는구나. 저 물방울의 몸 속에 든 코스모스를 집요한 사랑이란 말 외에 무엇이라 표현할 것인가. /빈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