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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4. 2015

밥 되어가는 시간

툇마루


외로운 날에는, 남는 시간이 친구다. 

시간이 흘러가며 짹짹이는 소리, 

시간이 빛줄기에 올라타서 나풀거리는 소리, 

시간의 한 줄기가 구멍에서 솟아나와 쨀쨀 듣는 소리.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름답다. 

천지불인이라 했으니, 

하늘의 마음과 땅의 귀를 얻은 것이다. 

죽은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지 속으로 모여든다. 

흙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새벽 허공이 얼마나 달콤한지.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고 기운이 없을 때, 

속이 비어있는 인간은 

마른 껍질처럼 간절하다. 

생이 오로지 제 속의 허실(虛室)에 집중하니, 

세상이라는 외부 전부가 

완전한 갈망이 되는 것이다. 

 

쿠쿠가 증기 벨소리를 시작합니다,라고 

한 여인이 달려와 속삭여줄 때, 

밥통처럼 

희망의 시간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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