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詩
주먹을 쥐는 사람은 싸우는 사람이다
손목에 솟아오른 굵은 핏줄은 철퇴를 당기는 사슬이다
때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들도 있는 법이다
魚肉으로 뭉개야할 것 그때 주먹은 제 스스로 운다
주먹을 쥐는 사람은 먼저 스스로 싸우는 사람이다
치고 올라오는 마음을 누르는 검지 아래 바싹 붙은 손가락들
꿈틀거리는 그 놈들을 다시 엄지로 누를 때
주르륵 흐르는 한 줄기 분노가 있다
주먹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주먹으로는 죽이는 일 밖에
죽여서 다만 피로 찍는 낙관
그래서 주먹은 무엇 하나 집어올리지 못하는
젬병이다
단단한 것이 사는 거라고 쥐어붙인 내부를
단속하느라 오그린 사이
활짝 펴고 내려앉는 환한 넓이에 보쌈되고마는
가위바위보의 비극
그녀는 잼잼 손을 오무려 주먹밥을 만든다
주먹이 밥이 되니 뭉쳐진 알알이 입 안에 꽉 찬다
목이 메는 이 싸움. 주먹이 밥이라니,
목발 놓인 사무실귀퉁이
보자기 풀고 주먹을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