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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3. 2015

돌멩이가 둥글면 바다가 가깝다

이빈섬詩


 산꼭대기에서 칼돌로 태어난 나는,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솟은 채 움직이지 않고 우직하게 박혀 정상을 지키리라. 그런데 어느 날 작은 힘이 등을 밀어 그만 넘어졌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각진 몸을 간신히 세웠다 눕혔다, 바들바들 떨며 천년에 한 걸음 떼다 말았다. 흙 속에 묻혀 졸고 있을 때 어쩌다 뒤에서 오는 돌에 밀려 산계곡 굴렀다. 아팠다. 큰 소리로 쿵쾅거리며 울었다. 물과 바람을 빌어 칼같은 제 몸을 제가 베어내는 길,돌아갈수는 없는 길이었다. 어디인지 모르나 다만 끝없는 추락의 바닥들. 피가 흐르고 살점이 떨어졌다. 눈이 떨어지고 코가 날아가고 입도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오직 중심만이 남아 스스로 모으고 품어, 이윽고 둥글어졌다. 단단해진 민머리로 저녁 햇살 쪼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와 나를 집어들었다."돌이 둥근 것을 보니 바다가 가깝겠구나." 그가 중얼거렸을 때 내 가슴이 환해졌다. 평생 바다로 가는 길이었구나. 이토록 내몸이 둥글어진 것은, 바다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였구나. 산봉우리에서부터 나는 바다를 몸 속에 지니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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