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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3. 2015

자생력

이빈섬詩


 잡초는 이승이 지옥이다. 모가지를 내밀기만 하면 커다란 가위가 달려들어 싹수부터 싹뚝 자른다. 그에게는 지상이 거대한 단두대다. 원죄는 내죄가 아니라는 점,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라는 점, 점점이 찍어 강조하고 강조해본들 이 수천년 풀밭이, 이 영원의 집구석이 콧방귀도 안 뀐다. 하지만 어떤 잡초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점, 제 팔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다는 점, 깨알같이 흩어져 살아남는다는 점, 점점이 터져나와 점점이 빛이 되는 그것이 오늘의 운세다. 저 무식한 가위를 피하여 세상에 잠입하여 제 풀대를 내고 풀꽃을 피우고 제 풀씨를 날려요령도 좋게 살아간다. 잡초에게는 이 모든 불편이 생을 분발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 아는가. 치명적인 것이 생명을 돋운다는 것. 이런 대스승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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