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詩
잡초는 이승이 지옥이다. 모가지를 내밀기만 하면 커다란 가위가 달려들어 싹수부터 싹뚝 자른다. 그에게는 지상이 거대한 단두대다. 원죄는 내죄가 아니라는 점,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라는 점, 점점이 찍어 강조하고 강조해본들 이 수천년 풀밭이, 이 영원의 집구석이 콧방귀도 안 뀐다. 하지만 어떤 잡초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점, 제 팔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다는 점, 깨알같이 흩어져 살아남는다는 점, 점점이 터져나와 점점이 빛이 되는 그것이 오늘의 운세다. 저 무식한 가위를 피하여 세상에 잠입하여 제 풀대를 내고 풀꽃을 피우고 제 풀씨를 날려요령도 좋게 살아간다. 잡초에게는 이 모든 불편이 생을 분발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 아는가. 치명적인 것이 생명을 돋운다는 것. 이런 대스승을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