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詩
버겁도록 무성해진
마음이 흘러가면,
그때 물의 몸이 보일까, 한 순간도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던
요동치는 진상을 돌아볼 수 있을까.
소멸하는 빛과 쌓이는 어둠이
가만히 서로를 껴안은 자리
늙고 아름다운 절간으로 넘나든
들숨과
날숨의
연애 한 줄기가
스캔들처럼 출렁인다.
배고픈 이팝나무는
제 몸을 모두 먹였으나
물은 그림자만껴안다가
흘러갔다, 물굽이에서 잠깐 서서
기록해둔다.
흘러올 때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흘러가고 나니 운명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