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詩
문득 말 속에서 달싹거리는 태초(太初)의 입술을본다.
멈추다,
멈칫하다,
머물다,
머뭇거리다.
저런 말들에는 모두 멈이 들어있다.
진행하던 행동을 중단하거나,
그만 둘까 하는 망설임으로
행동이 느려지는 것에
들어있는 멈.
며칠째 내 입술에,
저 한 글자가
방언처럼 들어왔다.
더 이상
분석을 불가능하게 하는
멈.
어디에서날아온 풀씨인지,
알 수없는
멈.
멈에 멈춰,
멈에 머물며,
멈을 거듭 생각한다.
왜 하필
멈이었을까.
멈,이라고 발음해보면
입을 뗐다 다문 채
코로 가벼운 진동을 보내며
안으로 소리를 낸다.
움직이는 사람을 세우는
'멈'
한 글자의 주문.
머-로 뽑았다가
미음(ㅁ)으로
다시 느슨하게 세우는
마음의 작은 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