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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3. 2015

이빈섬詩


문득 말 속에서 달싹거리는 태초(太初)의 입술을본다. 


멈추다, 

멈칫하다, 

머물다, 

머뭇거리다. 

저런 말들에는 모두 멈이 들어있다. 

진행하던 행동을 중단하거나, 

그만 둘까 하는 망설임으로 

행동이 느려지는 것에 

들어있는 멈. 


며칠째 내 입술에, 

저 한 글자가 

방언처럼 들어왔다. 

더 이상

분석을 불가능하게 하는 

멈. 

어디에서날아온 풀씨인지, 

알 수없는 

멈. 

멈에 멈춰, 

멈에 머물며, 

멈을 거듭 생각한다. 

왜 하필 

멈이었을까. 

멈,이라고 발음해보면 

입을 뗐다 다문 채 

코로 가벼운 진동을 보내며 

안으로 소리를 낸다. 

움직이는 사람을 세우는

 '멈' 

한 글자의 주문. 

머-로 뽑았다가 

미음(ㅁ)으로 

다시 느슨하게 세우는 

마음의 작은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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