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2012)
<신세계>의 이야기를 크게 풀어보면 비슷한 영화는 많다. 가장 크게는 영화 <무간도> 시리즈로 시작해서 <무간도>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DEPARTED> 그리고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등. 그저 크게 일반화했을 때 말이다. 범죄조직과 경찰들, 그 사이에서 서로를 파헤치려는 스파이들. 그리고 토라지는 관계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비슷한 맥락의 영화들 중 '신세계'가 가장 화려하고 복잡하지 않을까? 관객들에게 여러 번 '헉'소리를 얻어내는 반전에 반전을 가져오는 영화.
처음부터 영화는 내부 스파이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물론 진짜 스파인지 결백한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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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장면. 이 장면은 구도를 통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의 관계를 잘 알려주고 있다.
맨 앞줄에 앉은 두 명 (이중구, 정철) 그리고 그들이 앉아있는 거리 (둘의 관계), 두 번째 줄에 앉아있는 세 명, 그 중간에 있는 부회장. 그러면서 뒤에는 이정재 (이자성)가 서 있는 게 보인다. 회사 내부 위치상 앞 쪽에 앉을 수도 있겠지만 앉지 않는다. 회사에 있지만 동시에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깡패짓은 하지만 경찰의 신분을 지킨다는 모습. 이자성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한다. 영화 후반부에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는다.
그들에게 결과는 참혹하다. 회장은 죽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보아서 그는 살해당한 것. 이 장면에서 부회장과 이정재가 의사의 결과를 바로 앞에서 듣지 않고 있는 것이 영화 후반부에서 펼쳐질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너무 아무것도 없는 동네 아저씨 같이 소개되는 최민식 (강 과장) 과연 그가 보이는 모습 그대로일까?
이자성은 스파이다. 그것도 8년 전에 심어놓은 스파이. 모든 게 강 과장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자성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지금까지 그가 하고 그가 견뎌야 했던 수많은 잔인한 일들. 하지만 최민식은 그가 필요하다.
신세계는 참 공개적인 영화이다. "우리 안에 빨대를 많이 꽂아놓으셨구먼" 서로 참 공개적이지만 암흑에서 싸우는 영화이다. 강 과장이 천재라는 게 드러나는 첫 모습이다. 그는 지금까지 영화에서 차갑고 감정이 없는 듯, 자신의 경찰 스파이들을 이용해만 먹는 냉혈 경찰로만 나오지만 사실 그는 천재이자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을 살고 있는 자일 수도 있다.
강 과장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장면 2. 대사들에 의하면 영화 속 세상에서 이미 강 과장은 이중구 이사를 겨냥해 수차례 재판 시도를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체포장면에서 강 과장은 자신의 칼춤에 필요한 쥐새끼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 잘 보인다.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이 영화는 강 과장의 천재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천재와 천재의 뒷 이야기. 그리고 그의 비극.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강 과장은 그 믿음이라는 걸 역으로 사용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얻어낸다. 심지어 이자성의 부인까지 그가 심어놓은 여자였다. 하지만 그는 뒷거래도 하지 않으며 선을 위해서 싸우는 경찰임은 분명하다.
왜 하필이면 아무도 없는 비어있는 경기장인가? 두 가지의 예측이 가능하다:
1.
이자성, 강 과장, 정청.. 등등 모든 영화의 주인공들은 임무 혹은 회사 이렇게 목적을 두고 산다. 그들의 세상엔 결국 일 밖에 없다. 결국 드넓고 넓은 경기장 같은 세상 속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2.
이것은 경기다. 경찰청과 범죄 기업끼리의 축구 경기 같은. 그리고 그것의 관객은 강 과장이다. 그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관중에 가깝다. 이자성과 같은 스파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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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성은 자주 고민하는 표정이 보인다. 특히 이 장면은 자신을 브라더라고 부르는 정청이 혹시나 자신의 비밀 신분을 알았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 창문에 떨어지는 비가 분위기의 변화를 암시한다.
굉장히 재밌는 장면이다. 정청은 자신의 화교 부하들을 통해서 경찰청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다. 그 목적은 비록 강 과장에 대한 내용을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짜바리"들을 밝혀내기 위한 마지막 방법. 나중에 알게 되지만 지금 이 장면에서 정청은 이자성이 스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조폭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같은 화교를 다른 사람보다 쉽게 죽일 순 없는 것. 그래서 그는 이자성을 부르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이 술이 결코 혼자 마시려고 했던 술이 아니란 걸 그다음 장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자성은 무서웠던 걸까? 그는 술이 다 떨어진 한참 뒤에 도착한다.
이제 칼춤이 시작된다. 강 과장은 쥐약을 공개적으로 먹여준다. 그리고 조폭들은 그걸 먹는다. 강 과장의 올인 계획은 너무 뚜렷이 보이는 방법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계획이다.
"우리 안에 스파이가 있어." 영화 속 긴장감이 최고조 되는 부분이다.
이정재의 연기가 빛을 내는 장면. 정말 자신의 정체가 밝혀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살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정재도 몰랐던 사실: 자신의 비서가 사실 같은 경찰이었던 것. 드럼통에 들어있는 바둑 선생님도. 모두 서로 지켜주지 못한 채 쉽게 버려진다. 그리고 정철이 하는 말의 포인트: 이 정도면 경찰에게 메시지로 보내기 딱 좋겠지. 그 경찰은 강 과장도 아닌, 경찰청도 아닌, 바로 이자성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이자성은 아직도 떨고 있다. 어쩌면 안도하고 있는 것? 알고도 그를 죽이지 않는 "부라더" 정철.
바둑 선생이 경찰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받는 정보망인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 자정은 그런 여자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그녀를 총으로 쏜다.
그리고 그는 결정하는 것 같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가 바둑 선생에게 했던 말이 있다: 왜 깡패 새끼들도 날 믿는데 니들이 날 못 믿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 같은 경찰이잖아.
강 과장의 천재적인 계획은 궁극적으로 망했다. 최고의 비극으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것이 강 과장의 계획에 오류가 있어서 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강 과장이 자신도 아프기 때문에 그 아픔을 차가움으로 숨겨야 했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강 과장이 사람을 사용하는 방법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공개적인 계획이지만 결코 거절할 수 없는 계획. 거절의 여유조차 없는 무조건적인 계획이다.
정철이 피가 묻은 자신의 얼굴을 닦고 있는 장면에서 이 골드문 기업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저질인지 보여주고 있다. 영화 마지막에도 보이지만 깡패들이 이사직을 맞고 있는 회사. 조직폭력범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회사.
2상 9, 6016. 이상구라고? 영화 캐릭터 이름은 "이중구"이다. 중에서 상으로 올라가는 모습. 어쩌면 그가 이인자인 모습에서 상으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모습. 그러다 결코 완벽한 숫자 10이 될 수 없는 9. 그의 야망이 이름에 잘 나타난다.
마치 정철이 이중구에 대한 증거를 넘긴 것처럼 꾸민 강 과장은 이미 골드문이 여러 개의 범죄 집단이 혼합된 기관임을 인지하고 내부 분열을 크게 사용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이중구가 자신의 부하에게 말한다. 쥐약을 줬는데 혼자 갈 수 없다, 칼춤이라도 춰야겠다. 그리고 칼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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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은 이중구의 부하들에게 (상징적으로) 죽는다. 결국 내부 분열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자성의 아내는 유산을 하고 만다. 영화 내부에서 아이가 죽는 것이 아주 확실하게 보이는 장면이 있다. 이자성은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신과 가장 친하고 가장 신뢰하는 브라더. 자신의 아들. 자신의 신분 (그의 기록이 모두 지워진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만 정말 그는 잃고만 있는 것인가?
의사가 유감이라고 말할 때 이자성은 그냥 말없이 방을 나간다. 방 문이 닫히는 장면에서 이자성의 부인은 아무 말없이 누워있다. 하나 과연 정말 잠을 자고 있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 표정은 아픈 표정이라기 보단 미안한 표정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이자성의 부인은 이자성의 음식 섭취량, 행동, 등 모든 것을 관찰하고 보고했던, 경찰은 아니지만 강 과장과 딜을 했던 직원이기도 했기 때문.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강 과장의 계획은 정말 마스터플랜이다.
"나.. 담배 끊었다."
가장 애매모호한 내용이다. 경찰이며 정보원인 천성임 (송지효), 바둑 선생. 그녀는 연변 거지들에게 잡히기 전 강 과장에게 음성메시지로 자신의 위험을 밝히는 것 보다 몇 가지의 사항을 보고한다. 신분이 탈로 났다. 자료를 지우고 있다. 담배 끊어라. 천성임이 정청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고 드럼통에서 죽기 전에 정청은 말한다. 강 과장은 경찰학교 교관이었고 그녀는 학생이었다. 둘이 관계가 있었겠지. 충분히 그러한 뒷 이야기를 증명해주는 부분.
마지막으로 강 과장과 이자성이 얼굴을 보고 만나는 장면. 이자성이 변했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
아주 중요한. 아주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정청은 이자성에게 말한다: 하나만 선택해. 그게 네가 살 길이야.
그에게 산소 호흡기를 씌우려는 이자성을 보고: 너 내가 살면 날 감당할 수 있겠어?
이자성은 정청이 죽게 내버려둔다. 동시에 그는 이제 결단을 한다. 하나를 골라야 한다. 경찰인가 아니면 범죄 기업 회장인가?
비는 영화에서 세례 혹은 탄생, 깨달음이라는 주제를 많이 갖고 있곤 한다. 이자성은 새롭게 태어날까? 그렇다면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까?
"오늘 날씨 참 좋군" 이자성이 죽을 거라고 계획한 부회장이 차에서 말한다. 어제의 비와 대비되는 말이다. 과연 정말 죽기 좋은 날씨인가?
흐리기 짝이 없고 비가 내릴 날씨이다. 비가 내린다면 결국 모든 먼지가 깔끔히 씻겨 나갈 것이다.
감옥에서 나온 이중구. 죽기 전 그가 말한다. 죽기 딱 좋은 날씨이군.
죽는 건 이자성이 아니라 부회장이다. 그것도 자신이 고용한 '천안 사람들'에게서 말이다.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강 과장도 죽는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이자성 밖에 없다. 강 과장은 누가 죽이는가? 살아남은 자가 죽인다. 천재의 비극이다.
칼을 혀에 대며 공포감을 자극하는 연변거지. 그리고 그걸 보고 비웃는 강 과장. 왜 비웃는 걸까? 아마 그는 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후 장면에서 확인됨). 하지만 그는 왜 죽었을까? 그는 칼에 찔릴 때 총알을 다 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일부러 죽임을 당한 것인가? 그 또한 이제 그만하고 싶었기에?
이중구는 "이하구"가 된다. 높은 곳을 바랐지만 결국 맨 아래로 떨어지는 것. 참 재밌는 표현방식이다.
비슷한 포즈로 강 과장도 죽는다. 하지만 희한하게 강 과장의 시체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강 과장과 이자성이 만났던 이 철거예정 실내낚시터에서 강 과장이 이자성에게 건네준 선물이 물속으로 던져진다. 그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이자성에게 거절을 받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강 과장 역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계획은 천재적이지만 결국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이자성은 회장이 된다. 그는 정청의 말을 가슴 깊게 받아들인 것. 마치 무간도에서 조폭이 경찰직을 맡아 조폭의 삶을 버린 것처럼. 그렇다면 이자성이 언제 조폭의 삶을 받아들인 걸까? 정청이 이자성을 위해 준비한 '짝퉁'이 아닌 진품 시계. 그것을 손에 차면서 그는 조픅의 삶을 선택한다. 그의 신분이 바뀐 걸까? "너 자신을 알라"를 "너 자신을 만들라"로 바꿔버린 그.
강 과장도 죽고, 정청도 죽고, 이중구도 죽고, 고국장도 죽고, 이자성의 아이도 죽고, 바둑 선생도 죽는다. 이건 무슨 햄릿도 아니고.. 재밌는 건 궁극적으로 모두 다 이자성이 죽였다는 것 (강 과장/고국장은 연변 거지들을 시켜, 정청은 호흡기를 떼 버린 것, 이중구는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영화 속 천재는 결국 이자성.
이자성
자성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반성한다는 뜻이기도 하며 불교에서는 독자적인 본성이라는 뜻.
그렇다면... 도대체 이자성은 무엇을 반성하였는가? 그의 독자적인 본성이 바뀌지 않았는가?
정청이 자신의 신분을 금고에 넣어두고 있었다. 선물과 함께 발견한 이자성. 그의 기록은 경찰청 기록에서 사라졌다. 증인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바로 이것.
그러나 이것마저 이자성은 태워버린다. 과거가 모두 불타버린 것.
그렇다면 그의 본성은 "경찰"이라는 직분이 아니고 화교로써 살아오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닌 자수성가를 줄인 자성이 아닐까. 영화 신세계는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생각나는 영화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자성(自性)을 갖고 있는 영화이다. 꼬이고 꼬인 이 영화 속에는 수많은 내용들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내용으로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