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벗어난 나의 산골 놀이터

나의 일터이자 놀이터

by 바람의 영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땅을 마련하고 농막생활로 시작해 4년 차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숨 가쁘게 달렸지만 모든 일은 때가 돼야 이루어진다는 듯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지며 서서히 진행됐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일이라 다행이고 어찌 지나왔나 싶다. 갈등과 후회, 도ㆍ농 두 집을 오가며 생활하다 보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불안정한 일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의 폭염 속에 이사를 했다. 도시보다 집을 좁혀오니 포장 이사의 의미는 상실하고 여기저기 짐을 풀어놓고 가니 폭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버리고 또 버리며 정리를 한다고 했건만 워낙 한 집에 오래 살아서인지 어디서 짐들이 그리 많이 나온 건지 이사 후 다시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여기저기 자리 잡고 정리하는 데 지쳐서 두 번 다시 이사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경보는 산골도 비켜가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올해도 얼마 전까지는 에어컨 없이 살 수 있었던 곳이다. 바깥 햇살이 강한 낮에는 집안에 들면 시원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기까지 했다. 이사 준비로 도시에서 보낸 며칠 한증막 같은 더위에 지쳐 이곳 산골로 돌아왔을 때도 여기가 천국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요 며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시원해질 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아무래도 산골 역시 이제 에어컨 없이 지내기는 쉽지 않겠다 싶다. 이처럼 한 해가 다르게 지구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도시에서 벗어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앞 작은 뜰에는 허브류를 심었다. 주변에는 이른 봄 내가 좋아하는 백일홍, 황하코스모스, 메리골드, 수레국화, 댑싸리 등의 꽃씨를 뿌려 놓았다. 그 씨앗들이 요즘 조금 이르거나 느린 템포로 조화를 이루며 꽃들로 피어나 환한 미소를 짓게 한다.

마당에서 사면을 이루고 그 아래 약간의 경사면으로 펼쳐지는 공간은 우리 부부의 일터이자 놀이터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잡풀만 무성한 밭이었다. 매년 과실수도 심고 땅을 살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맛있는 정원으로 가꾸어가고 있다. 누구의 간섭도 강제성도 없이 온전히 우리 부부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가꾸며 일한다. 우리 인생 놀이터이자 일터인 셈이다. 그 흔한 제초제를 비롯해 농약 사용은 일절 하지 않기에 때론 육체적으로 버겁기도 하다.

비가 오거나 햇살이 강하면 쪼르르 집안으로 들어와 초록 풍경을 배경 삼아 차 한잔과 음악,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긴다. 평생 몸을 움직이며 일할 수 있는 환경, 맑은 공기, 조용한 산골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