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보다 더 힘들었던 손님맞이

8월 한 달 동안 이어진 손님

by 바람의 영혼

도시 생활에서는 집으로 놀러 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심지어 동네 엄마들과 만나도 밖에서 점심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그런데 시골로 이사했다 하면 대체로 도시 사람들은 그곳으로 놀러 가 고기 구워 먹고 즐기는 것부터 생각한다.


세컨드 하우스도 아닌 개인 생활공간을 다 오픈해야 한다. 거기다 잠을 자지 않고 하루 만에 돌아갈 수도 없다. 침대 생활을 하니 펜션과 같은 숙박업소가 아닌 다음에야 별도로 이브자리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있다한들 한 번씩 사용하고 가면 다 빨래거리로 남는다. 새로운 팀이 올 때마다 이번엔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도 스트레스다. 물론 손님이 고기도 사 오고 과일도 사 온다. 하지만 그걸로 매 끼니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남편과 한 달에 걸쳐 만든 화덕이 이번에 열일했다. 옥수수 감자 수확해 가마솥에 삶고 쪄서 나누어 먹는 즐거움은 간식이다. 덕분에 나는 가마솥에 옥수수 찌고 오리 백숙 만드는 건 선수가 됐다.

손님 치르는 데 열일 해준 화덕과 가마솥


눈 뜨면 발에 차이는 게 일이고 눈에 보이는 게 일이다. 한가롭게 놀기만 하는 생활이 아니다. 결코 만만치 않는 시골살이! 당사자 외에는 내면의 힘들고 불편함은 제외하고 좋은 점만 보고 생각한다. 그러니 쉽게 "이번 달 모임은 거기서 혹은 놀러 갈게"라고 한다. 7월에 이사하고 짐 정리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8월 휴가철에 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러다 보니 겹치는 날짜는 어쩔 수 없이 날짜 변경을 해가며 한 달 넘게 손님맞이로 몸살을 앓았다.


한 팀 가고 나면 몸은 물 먹은 솜처럼 한없이 무거워지고 기운이 쏙 빠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이어지는 다음 손님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또 떨치고 일어나야 했다. 내 몸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 보니 반가움 보다 부담이 더 커졌다. 8월 한 달 사이 다섯 팀의 손님을 치르고 나니 무더위 보다 손님맞이가 더 버거웠다. 8월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9월엔 딸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 2박 3일을 머물고 갔다. 이사 후 한 바탕 홍역을 치른 기분이다. 다녀가는 이마다 너무 좋았다며 내 의사와 관계없이 또 내년 여름을 기약한다. 이제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오는 손님은 사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 번에 두 세 사람 이상은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다. 상대가 서운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공간도 거기까지가 한계다.


우리 부부는 새벽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요가를 포함한 두세 가지 운동으로 40~50분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 후 채소와 과일 베지밀 한 잔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른 아침에 집 앞 일터로 나선다. 햇살이 강한 여름엔 낮에 밭일을 할 수 없으니 아침저녁으로 일을 하고 한낮엔 낮잠도 자고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한다. 8월 한 달 내내 운동도 할 수 없었고 해야 할 일은 뒷전, 고요하고 잔잔한 우리의 일상 루틴이 모두 깨져 버렸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북적이며 머물다 가면 공허함도 밀려오고 이불 빨래며 뒷정리도 벅차다.

죽을 때까지 매일 조금씩 노동하며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조용히 살고 싶어 선택한 산골 살이다. 첫 해로 냉정하게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거절하지 못하고 매년 고단한 여름을 보낼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