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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에스 Nov 08. 2024

22.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

대안학교, 대안교육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현재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아이는 행복한가? 사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성인이 그러하듯 또한 제도권 교육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재수 한 번 없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의식은 있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문제의식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주입식 교육과 지나친 경쟁, 서열화된 대학 등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 사이 경쟁은 더 심해졌고 대학 서열은 더 공고해졌습니다. 아이들은 더 어린 나이부터, 더 오랜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며 모두가 '의사'를 꿈꾸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이나 생각을 가진 분들께는 김누리 교수님의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를 추천드립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안교육'을 알게 되습니다.


“대안교육”이란 개인적 특성과 필요에 맞는 다양한 교육내용 및 교육방법을 통하여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말한다.
-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2022. 1. 13.) -


알면 알수록 대안교육이야말로 제대로 된 교육이고 아이가 행복한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대안교육으로 방향을 틀기로 하고, 함께 이런저런 대안학교 설명회를 찾아다녔습니다.


얼마 전 참석했던 제천간디학교 설명회에서 재학생과의 대화 시간에 한 5학년(고2) 친구가 그러더군요. 대안교육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고요. 이 친구는 제가 마흔이 다되어 고민하며 찾은 배움이나 교육의 목적에 대한 답을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바로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가족의 반대였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그렇게나 강하게 있는지 몰랐습니다. 대안학교를 '문제아들이나 다니는 학교'로만 알고 있으니,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제천간디학교에 재직 중이신 선생님께 직접 물어도 봤습니다.


"이런 편견은 왜 있는 것이냐?"


"대안교육이 한국에서 막 뿌리내리던 시기인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교육계의 큰 화두가 학교 폭력이었고, 당시에 실제로 학교에서 학교폭력 등으로 자퇴나 퇴학을 당한 친구들이 다니던 학교가 따로 있었다. 이런 학교들까지 뭉뚱그려 대안학교로 표현하다 보니 지금도 그런 편견이나 오해가 있는 듯하다."


재학생 학부모와의 Q&A 시간에도 물었습니다.


"혹시 반대하는 분은 없으셨나?"


"있었다. 시어머니(또는 형님이) 반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했는데, 이해를 못 하시더라.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학교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고, 행복하게 잘 생활하고 있는 걸 보며 이해하시는 듯하다."


대충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던 것 같습니다.


저희만 그런 반대에 직면했던 게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가족 간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하나 생겨버렸단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대안교육은 하나로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아래 표는 법제화 수준에 따른 분류인데, 대안학교 유형은 참 다양해서 여기에 다 담기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교육청에서 2022년 설립한 미래형 대안학교(중고등 6년제)인 '신나는학교'는 법적으로는 '대안학교(각종학교)/인가'의 성격을 갖지만 설립 목적은 '대안교육기관/등록'의 그것에 더 가깝습니다.


(출처: 이희현, 2023, 대안교육 다변화 실태 분석)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말하기엔 정말 다양한 학교들이 존재하지 않나요? 거기다 외국 유학에 최적화되어 모든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대안학교도 있습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신 분들은 이런 학교는 또 좋아하시겠죠? 


요한 하리의 <도둑 맞은 집중력>을 보면 대안교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졸업생 대부분이 자신이 관심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서 놀라울 만큼 성공적으로 직업을 찾았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대학 교육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안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반대부터 하시는 분들은 이 대목이 가장 걱정이셨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거 아시나요? 2017년에는 광주의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나와 화제(아래 신문기사 참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경제발전과 경쟁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도 고스란히 우리의 아이들이 보고 있고요. 경쟁적인 환경에서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한다는 고정관념과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아이들의 삶이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부모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어렸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그때는 거의 언제나 자유로웠던 순간이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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